메조피에노 (가득찬 절반) 운동
저는 불평하기 보다는 긍정적인 책임감과 건설적인 태도로 무장한 분들과 20여 년 동안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 모임을 ‘메조피에노 운동(Mezzopieno / Half Full, 절반의 물컵을 보고 ‘모자란다’가 아니라 ‘채워졌다’고 봄)’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는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불립니다.
저는 경제학자로 스위스 제네바의 금융계에서 일했습니다. 회계학을 전공하면서 세상을 어떻게 생태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경제(economy)와 생태(ecology)는 모두 ‘에코(Eco)’라는 접두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Eco’는 그리스어 ‘Oikos’에서 왔는데, ‘집’이라는 뜻입니다.
어떻게 세상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저는 가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순수함’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정에서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입니다. 가정 안에서는 아름다움을 찾고 불평하지 않으며 친지들 가운데서 선함을 찾습니다. 잘되지 않는 것보다 잘되고 있는 것을 보자는 것이지요. 여기에서 ‘메조 피에노’라는 우리의 운동이 시작됩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시작했습니다. 세상을 아름다움의 관점에서 보자는 것입니다. 이탈리아 국영방송에서 ‘착한 뉴스(Good News)’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같은 이름의 잡지도 발행합니다. 이 프로젝트에 많은 기자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시작됐을 때 AIPEC(EoC 이탈리아 기업가 협회) 대표인 리비오와 함께 기업가들이 하고 있는 좋은 일들을 알리기로 했어요. 코로나 봉쇄 때문에 오프라인으로 출퇴근하지 못했던 기간이었지만 뭔가를 해야 했어요. 우리 회사에서 만드는 제품들은 땀과 노력의 결실들입니다. 노동과 에너지가 들어간 제품들을 그냥 버리면 안 되잖아요.
오전 프로그램에서 엄청난 양의 음식 쓰레기 이야기를 들으셨지요? 그런데 산업 쓰레기도 얼마나 많은지 혹시 아실까요? 원재료와 중간재, 최종생산재 등이 모든 단계에서 버려집니다. 우리는 <긍정 기업(positive enterprise)> 이라는 책에 모범 사례(Best Practices)들을 담았습니다. 이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쓰레기들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고자 합니다. 노동의 결실로 탄생한 제품들이 버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들을 생산하는 과정에 노력과 노동이 투입되고, 동시에 환경오염이 일어납니다. 이 자원을 버리고 처분하는 과정에도 비용이 발생합니다. 우리는 자원들이 버려지지 않도록 다른 길을 찾고자 했습니다. 유리, 철, 종이나 합성재 등은 충분히 쓸 수 있는 경우에도 아주 작은 결함 때문에 완제품이 폐기됩니다. 봉제가 조금이라도 잘못된 옷도 버려집니다. 땀흘려 생산된 옷은 그 노동으로 인해 큰 존엄성을 지닙니다. 버리지 말고 가난한 사람한테도 주지 맙시다. 왜 가난한 사람이 결함 있는 옷을 입어야 하나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순환경제가 코로나 상황으로 멈춰 있지만 오늘 AIPEC의 여러분들과 폐자원 처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재활용, 재생, 재사용 활동은 버려지는 것들에 가치를 부여하는 복합적인 과정입니다. 전문가의 검증과 창의성이 필요한 일입니다. 기업가는 예술가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기업가의 예술성이 실현됩니다. 잘못 제작되었거나 절반만 완성된 제품을 재창조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의 진정한 창조력과 상상력, 그리고 사랑이 표현됩니다. 예술은 사랑입니다. 우리가 아직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을 끌어내는 것입니다. 이것을 공생 산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 AIPEC 기업가들과 다른 기업가들이 공생하는 것입니다. 공생과 친교(communion)는 거의 비슷한 말 같아요. 함께 합시다! 같은 계열이나 같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폐자원을 서로 교환하며 사용하는 것입니다. 꼭 같은 계열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앱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 저녁 이탈리아 전국에 있는 기업가들에게 '인퍼펙트(inPerfect)' 프로젝트를 제안합니다. 이것은 새로운 폐자원 문화 캠페인입니다.
추진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폐자원 지도를 만듭니다. 어떤 자원들이 어디에 얼마만큼 있는지 현황을 파악할 수 있게 합니다. 이 지도를 기반으로 폐자원을 교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듭니다. 폐자원들과 필요한 곳을 연결하는 것입니다. 기업 홈페이지나 여러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서도 할 수 있습니다. 기업, 협동조합, 대학, 여러 시민단체들 사이에 파트너십을 맺어 폐기물을 새로운 제품으로 전환시킬 수 있습니다. 마지막 과정인 디자인 등 예술적인 작업은 스타트업 기업들과의 워크숍을 통해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주제로 한 대회를 개최할 수도 있고, 폐자원을 재작업한 제품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현재 우리와 함께 하는 분들은 연대 경제(Solidarity economy) 라이몬 파니카르(Raimon Panikkar) 학교 경영자인 마우로 부온아이유티(Mauro Buonaiuti) 교수, 이탈리아의 도자기를 부흥시킨 프란체스코 보르고메오(Francesco Borgomeo)가 있습니다. 이분은 폐기물 에너지화 플랜트로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타일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미르코 브레토(Mirko Bretto)는 오래된 핸드폰을 활용해 스마트홈 리모컨을 만듭니다. 루치아나 델레 돈네(Luciana delle Donne)는 ‘메이드 인 교도소(Made in Carcere)’ 제품을 생산합니다. 폐기물로 예술 작품을 만드는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Michelangelo Pistoletto)와 로베르토 치폴로네(Roberto Cipollone)가 있습니다. 그리고 유명한 거리예술(Graffiti)가들도 있습니다.
필리포 프로벤자노(Filippo Provenzano): 시민경제, 모두를 위한 경제가 ‘좋은 게 좋은 거다’ 식의 경제는 아닙니다. 객관적이면서 실재하는 현실을 기초로 이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 실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순환경제의 일환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현재 에너지 가격과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생산 과정에 폐자원을 활용하는 것의 가치가 훨씬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상호 협력과 지속가능성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은 가치가 있고, 동시에 정당합니다. 경제 생산 능력만이 아닙니다. 완벽하지 않아서 버려지는 제품의 가치를 인정하고 재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제품이 나오기 위해서 많은 노동이 투입됐으며 많은 에너지가 소비됐습니다.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버리는 것은 낭비입니다. 그래서 이것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려는 것입니다.
메조 피에노 운동은 이런 제품들의 수명을 늘리는 것입니다. 이런 자원들을 돌볼 의무가 있습니다. 완전하지 않은 것의 아름다움을 알아봐야 합니다. 요즘 시대에는 많은 것을 빨리 하고 잘 해야 하지만 완전하지 않은 것에도 얼마든지 만족감이 있으며, 또 그것을 표현해야 합니다.
사회자: 오전 프로그램에서도 실패에서 생성력(generativity)이 나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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