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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속의 경제는 나눔(communion)이다 [Pani e Pesci 빵과 물고기]


오천 명을 먹이시다(요한 6. 1-15)


사회자: 한 아이가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나눔으로써 오천 명이 먹고도 남는 기적이 일어난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브루니 교수: 경제와 복음을 함께 묶어 보겠습니다. 비유, 일화, 기적 등과 청구서, 급여, 노동, 공장 등을 묶어 같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경제활동을 할 때 복음에서 영감을 얻게 되지만, 복음 생활을 하는 데도 경제활동이 필요합니다. 복음 생활은 회사와 공장, 대형 물류 센터, 사무실에서 이루어집니다. 복음생활이 교회 안에서만 이루어지면 안됩니다. 복음은 광장으로 나가야 합니다.


예수님이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빵과 물고기라는 음식, 즉 삶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많은 군중을 먹이기 위해 생각해낸 첫번째 방법은 시장경제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200데나리온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가지고 있었지만 오천 명을 먹이기에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시장경제에서는 200데나리온 만큼만 먹을 수 있지만 모두가 먹기 위해서는 친교(communion)적인 ‘나눔’이 필요합니다. 예수님이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빵집에서 구매한 빵이 아닌, 한 가난한 아이가 나눈 빵이 필요했습니다. 평범한 시장에서도 기적은 일어납니다. 저는 여러 기업에서 일어나는 많은 기적들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배고픈 사람이 없게 하려면 시장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 아이 같은 너그러운 나눔(communion)이 필요합니다. 부자들이 먹고 남은 부스러기를 나누는 것은 복음의 경제가 아닙니다.


사회자: 교수님은 지금 우리가 사는 불공정한 세상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나눔의 경제라고 하십니다. 최근에 이런 불공정이 얼마나 더 심해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데이터들이 있습니다.


임금 인상률 비교(이탈리아 2008-2022)

생산직

-4%

사무직

+5%

관리직

+15.2%

경영직

+149.6%


사회자: 위의 데이터를 보면 정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뭔가 실수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경제적인 문제이며 정치적인 문제라고도 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루이자 토디니(Luisa Todini, 전 이탈리아 우정사업본부장, 교황청 문화평의회 여성자문위원회 회원, 현 Green Arrow Capital 금융 그룹의 대표이사): 전세계에 엄청난 수입을 올리는 유명한 부자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빌 게이츠는 재산의 상당 부분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고 기부했으며 많은 다른 부자들도 그렇게 하고 있으므로 부자를 비난할 건 아니지만 이 데이터에서 생산직 노동자들의 상황이 특히 충격적입니다. 이렇게는 나라의 정치 경제가 유지될 수 없습니다.

다양한 재능과 노력, 노동은 존중되어야 하며 공정하게 누구나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렇게는 나라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합니다.


브루니 교수: 맞습니다. 비효율적입니다. 경영자가 받는 급여는 소득보다는 불로소득의 형태를 띠기도 합니다. 소득은 지금 현재 일한 대가, 즉 혁신과 노동을 동반하는 것인데 불로소득은 과거에 일한 것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에 불로소득이 소득보다 높으면 이 시스템은 병들게 됩니다. 이 데이터처럼 엄청난 임금의 차이는 시장의 실패를 보여줍니다. 사회적인 면이나 윤리를 떠나서 보더라도 시장 자체에 무언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데이터에 담긴 메커니즘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양한 주장]
생산직 근로자: 제가 어렸을 때, 50년 전에는 부모님 월급의 80배의 금액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지금 제 월급으로는 그때보다 거의 두 배가 더 필요합니다. 당시 월급의 가치가 지금 제 월급보다 더 높다는 것입니다. 제 급여만 빼고 모든 비용이 올랐습니다.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직원들을 해고하는 슈퍼 매니저라는 전문 경영인들은 단 3일 만에 제가 1년 동안 받는 금액을 법니다.

루이자 토디니: 불공정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세상 모든 것에 알고리즘이 있는 것처럼 경영직에 비해 임금이 적은 사람에게도 공정한 공식 같은 것을 만들어서 적용하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회사에서 창출되는 이윤과 웰빙을 회사 내에서 재분배하는 것입니다. 저희 회사도 1년 전부터 운영방침에 베네핏 기업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기부도 하지만 공공의 이익과 안녕, 행복을 위해 재분배하고 있으며, 더 확대해 나갈 생각입니다.


[다양한 주장]
전문경영인: 저는 연봉이 300만 유로(44억 상당)입니다. 제가 생산직 근로자보다 130배를 받고 있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연봉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제가 비난 받을 일이 아닙니다. 회사들은 매번 더 높은 연봉을 제안하며 저를 고용합니다. 저 같은 전문경영인의 가치는 회사에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는가에 달려 있으며 그것은 제가 평생을 희생한 대가입니다. 저는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석사 과정까지 국내와 해외에서 20여년간 미친듯이 공부했습니다. 제 친구들은 재미있게 놀면서 몇 달씩 휴가도 즐기며 살았지만 저는 식당에서 알바를 하면서 공부했습니다. 외국에 유학하면서 두 가지 다른 언어도 공부하고 전 세계를 다니며 다국적 기업에서 경력도 쌓아야 했습니다. 오래 전부터 저는 5시 반에 일어나서 7시 반에 출근할 때까지 4개의 신문을 읽고 최소한 두어 개의 업무보고서를 검토합니다. 수십 억 유로가 움직이고, 수천명의 직원과 그 가족들의 운명이 달려있는 결정을 내리는 회의들로 가득 찬 하루를 보냅니다. 제가 얼마나 많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는지는 아무도 모를 겁니다. 직원들을 해고하고 싶은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00명을 해고하면 회사를 살리고 남아 있는 직원 150명을 살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악몽을 털어버리고 앞으로 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집에서 자는 시간보다 공항과 항공기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고, 두 번의 이혼도 겪었습니다. 회사를 옮길 때마다 언제나 실패할 가능성이 있으며 어느 회사에서도 불러주지 않아 일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믿지 못하시겠지만 제가 이런 모든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버는 300만 유로의 거의 반은 국가로 돌아갑니다. 여러분의 자녀들도 다니는 학교와 여러분도 다니는 도로, 여러분도 혜택을 받고 있는 건강보험료 등으로 수입의 반을 내고 나도 많은 돈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품위를 유지하고 필수적인 관계유지비, 집과 직원 고용, 호텔, 보트, 만찬과 파티, 샴페인과 결혼, 출산, 생일 선물 등등. 누구에게서도 훔치지 않고 번 돈으로 제 집과 사무실 등에서 저를 위해 일하는 10여명의 직원들에게 급여를 주면서 경제가 돌아가게 하고 있습니다. 제가 뭘 잘못하고 있습니까? 제가 비난 받을 이유가 있습니까?

브루니 교수: 생산직과 경영직의 임금 격차가 너무 크면 생산직 근로자는 자신이 회사를 위해 기여하는 바가 너무 적다는 생각에 기가 죽게 됩니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하는 신입 근로자는 자신이 엔지니어보다는 덜 중요하더라도 자신이 하는 일도 가치가 있고 중요하다는, 자신이 일하기를 멈추면 회사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자존감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임금이 어느 정도는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차이가 너무 크면 어렵게 됩니다.


사회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탈리아의 기업인들과의 만남에서 최고 임금과 최저 임금 격차가 너무 벌어지면 기업 공동체뿐 아니라 사회도 병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브루니 교수: 회사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며 공동체이지 알고리즘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몸과 마음, 영혼과 생각까지 모든 것을 바칩니다. 그렇게 10년, 15년, 20년, 40년까지도 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임금 격차가 너무 커져서 같은 운명 공동체 안에 있다는 느낌을 잃게 되면 위기가 닥쳤을 때 마음이 없기 때문에 떠나게 됩니다. 그럴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위기 상황에서 꼭 필요한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모두가 한 배에 타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사회자: 나누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이탈리아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있습니다. 여러 기업가들이 이윤을 직원들에게 나누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Sant’Anna(산타 안나)라는 생수 회사에서는 안나 성녀 축일에 직원들에게 한달 치 급여를 더 지급했다고 합니다.


루이자 토디니: 많은 기업가들이 그렇게 하고 싶어 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금액의 100%를 국가에 내야 해서 쉽지는 않습니다.


브루니 교수: 경제가 더 나아지지 않으면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없다는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경제는 전부가 아니라 한 부분으로, 정치는 경제가 필요하고 경제도 정치, 시민, 가족,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경제는 한 부분이 되어야 하며, 경제만이 전부가 되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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