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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물고기: 복음 속의 경제] 하느님의 나라와 부자 (마태 19.16-26)



사회자: 오늘은 마태오 복음에서 예수님과 부자 청년의 대화를 들었습니다. 우리는 잠시 후 부와 빈곤, 정의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갈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 시기에 부자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번에도 경제학자이고 성서학자이며 '프란치스코의 경제'의 학술 감독인 루이지노 브루니 교수와 함께 하겠습니다. 잠시 후에 마태오 복음으로부터 현재 우리 시대의 경제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교수님의 말씀이 무척 기대됩니다. 그 전에 Alchimia Holding SPA(알키미아 홀딩 주식회사)의 경영자이며 공동선을 위해 재능과 부를 나누고 계신 기업가이자 경영자인 마리나 살라몬(Marina Salamon) 박사를 소개드립니다. 초대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리나 살라몬: 제가 감사합니다.


브루니 교수: 이 부자청년의 비유는 성서적인 경제 윤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성소(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를 결정하는 데는 항상 자유가 동반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청년의 어떤 면에 끌리셔서 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셨다고 합니다. 옛 경전에는 그에게 입을 맞추셨다고도 기록돼 있습니다. 그에게 근본적이며 급진적인 제안을 하십니다. 가진 모든 것을 두고 예수님을 따르라고 하십니다. 이 대목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예수님과의 관계는 그분의 삶을 따르는 것이지 리더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부자 청년은 바늘귀를 통과하지 못해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역사적으로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낙타를 작게 줄이거나 낙타가 들어갈 수 있도록 바늘귀를 늘리는 것이었죠. 많은 부자들이 적선을 하거나 마음으로 부에 대한 애착을 끊음으로써 바늘귀를 크게 늘렸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자신을 작게 줄임으로써 낙타가 그 신비로운 바늘귀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므로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기는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신약성경에는 하느님 나라의 논리에 따르는 또다른 길이 있습니다. 가진 재산을 나누는 것입니다. 사도행전에 나오는 예루살렘의 초기 크리스찬 공동체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가난해짐으로써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도 있고 가난한 사람들과 나누면서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지금도 프란치스코 성인의 아름답고 급진적인 가난을 선택한 삶은 아직도 살아 있으며 800년이 지난 지금도 날마다 온세상에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가난을 선택하는 재산의 나눔도 살아 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주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것입니다. 현재의 극심한 불평등에서 민주주의와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길을 다 따라야 합니다. 지금도 죽지 않고 생생히 살아있는 ‘사랑과 더 큰 자유를 위해 가난을 선택한’ 프란치스코 성인의 길을 살리고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과 나누면서 다른 나라에 도달하는 나눔도 살아야 합니다.


사회자: 감사합니다, 교수님.

살라몬 박사님, 괜찮으시다면 개인적인 질문을 드리려 합니다. 오늘 다루고 있는 예수와 부자청년의 대화나 사도행전에 나오는 재산의 공유와 성 프란치스코의 가난의 메시지가 박사님의 기업가로서의 삶과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습니까?


마리나 살라몬: 저는 길을 걷고 있는 과정에 있습니다. 오랫동안 저는 제가 잘하고 있다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철저히 검소하게 살면서 필란트로피(자선)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기업 이윤의 일부를 기부하면서 기업의 유산은 축적해 왔습니다. 이것으로 다 잘될 것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지금은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제 자신에게 묻고 있습니다. 제 자신에게도 충분하지 않고 완전히 혁명적인 성경 말씀들을 봐도 그렇습니다. 교회 밖에서는 아무도 이런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유산 상속에 대한 높은 세금을 매기자는 운동 이외에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저희 집안에서는 재산의 일부를 기부하고 일부는 소유하자는 생각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제 자녀들은 저에게 제가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합니다.


사회자: 박사님의 가족 뿐 아니라 박사님은 많은 기업가들, 말하자면 부자들을 알고 계실 텐데요, 위기에 처한 가정 경제, 물가가 오르고 공공요금 인상, 취약계층 증가 등에 대해 부자들이 가진 부를 이용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시는지요?


마리나 살라몬: 가톨릭 환경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반대로 칼비니즘과 프로테스탄티즘에서는 이 주제를 거의 집단적인 구원으로 다루었습니다. 이러한 활동이 없으면 은총이 없다고 했죠. 가톨릭 환경에서는 더 조심스럽게 접근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브루니 교수: 유럽의 크리스티아니즘은 어거스틴 시대인 5세기 무렵부터 필란트로피의 길을 따랐습니다. 즉 오늘의 복음 내용(부자 청년과 예수의 대화)은 그 시대 기독교인의 대헌장이 되지 못했습니다. 부자가 약간의 재산을 기부하면 부자로 남아 있으면서 기독교 공동체에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현재까지 이렇게 이어지고 있지만 이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부분적인 길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출처: 옥스팜)


사회자: 이런 기사들이 현재의 자본주의의 상황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는지요? 불평등이 이대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것은 결정적인 것인가요?


브루니 교수: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 기사는 자본주의는 한 면을 보여줍니다. 자본주의는 여러 모습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불평등을 다루지 않으면 경제가 아니라 사회적 계약인 민주주의의 위기가 온다는 것입니다.


사회자: 박사님은 이 말씀에 동의하시는지요?


마리나 살라몬: 부자들에게 안전하지 않은 세상이 되는 것이지요.


사회자: 포브스의 통계에 의하면 세계 슈퍼리치의 60%가 상속형이라고 합니다. 얼마나 부가 편중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브루니 교수: 저는 불로소득 자본주의와 소득 자본주의의 차이에 대해 오래전부터 연구하고 있습니다. 1900년대의 자본주의는 소득으로 유지되었습니다. 이것은 내가 살면서 번 소득으로 사는 것이고 그 소득은 다시 사회에서 돕니다. 하지만 과거에 모은 소득으로 산다면, 그래서 자본주의가 소득에서 불로소득으로 옮겨가게 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마르크스의 스승인 영국의 경제학자인 리카르도는 자본주의의 갈등은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가 아니라 불로소득 재산가와 나머지 사람들 사이에 있다고 했습니다. 리카르도는 불로소득 재산가가 나머지 사람들을 다 낮은 계층으로 누르게 된다고 했습니다. 200여년이 지난 현재의 통계에서 불로소득으로 인한 불평등의 문제가 심각하며 기업가와 노동자를 다 낮은 계층으로 분리시켜 불로소득 재산가와 나머지 계층의 차이를 벌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회자: 상속 받은 많은 부는 큰 책임도 동반합니다. 많은 유산을 물려받은 가족에게는 이 책임감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마리나 살라몬: 저는 40년 전에 첫 기업을 시작했는데 물려받은 게 아니었습니다. 저는 학생이었고 어떤 삶을 살지 생각했습니다. 저는 실크 블라우스 샘플들을 넣은 가방을 들고 로마로 와서 돌아다니면서 팔기 시작했습니다. 기업을 이어가는 것보다 유산을 물려주는 게 훨씬 간단하죠. 하지만 우리와 함께 하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기업의 운명이 중요합니다.


사회자: 기업가가 기부하는 것은 어떤 가치를 지닐까요? 돈을 기부하는 것으로 충분한가요? 뭔가 더 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마리나 살라몬: 가치 있습니다. 우리는 기업을 공제 조합으로 전환했고 세금을 제하기 전 이윤의 10%를 인정받은 기관에 기부하고 있습니다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것만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이 바뀔 때 세상이 바뀝니다.


브루니 교수: 우리가 확실하게 알아야 하는 것은 기부(philantrophy, charity)는 불평등을 줄이지 못하고 늘린다는 것입니다. 불평등은 사람들이 생산성(일자리)에 참여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생산성(일자리) 밖에서 도움을 받는 것은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합니다. 물론 기부(donations)로 도우면서도 그들을 생산성에 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자선(philantrophy)이 시작됐는데 왜 미국의 불평등율이 가장 높을까요?


사회자: 미국에서 기부가 시작되었고 빌게이츠와 워렌버핏은 2010년에 자발적 기부운동인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를 선언했습니다. 세계의 부유한 사람들 중에서도 더 부유한 250명의 억만장자가 50%의 부를 기부하기로 약속했다고 합니다. 교수님, 이렇게 엄청난 금액을 기부해도 불평등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씀인가요?


브루니 교수: 요트나 빌라를 사는 대신 기관에 기부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자선자본주의(philantrocapitalism)가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탈리아와 유럽 경제의 전통적인 제안은 가난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었습니다. 협동조합이나 가족기업 등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입니다. 유럽형 재분배 모델에서 중요한 것은 일자리(노동)입니다. 자선이 아닙니다. 고용을 통한 포용으로 그들과 자녀들의 미래를 여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적선(자선) 또는 연민(긍휼) 자본주의 모델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는 고용을 통한 포용적 복지를 선호합니다.


우리가 이 프로그램에서 다루려 하는 ‘다른 사람들의 논리(사고방식)’의 좋은 점은 연습을 통해 공감하는 데 익숙해지도록 이끌어 세상을 조금 다른 눈으로 보도록 하는 것입니다. 기독교인으로 사는 방식은 단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 기독교인이 “내 방식이 맞다, 내 방식이 교회의 방식이다”라고 할 때 이단과 분열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교회는 여러 다른 해석을 함께 나누면서 한가족으로 살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다른 것을 오류라고 판단하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마리나 살라몬: 저는 제 시간의 50% 정도를 보수 없이 봉사하는 데 쓰고 있습니다. 카리타스에 가서 식품 창고에서 과일, 야채를 운반하는 일을 합니다. 저는 이 단순한 일을 하면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배우는 것보다 더 많이 배웁니다.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죠. 제가 봉사할 때 더 많이 배웁니다.


브루니 교수: 매우 중요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엘리트들과 기업 엘리트들의 쇠퇴의 가장 큰 원인은 다양성의 결핍입니다. 엘리트들이 골프장, 오성급 호텔 등에서 그들끼리만 있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삶과 멀어지면서 쇠퇴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회자: 근로소득세, 금융소득세, 상속세율을 비교해 보면 명확한 모순점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된 걸까요?


브루니 교수: 세상에는 권력이 있고 그것에 대해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권력자들이 있고 그들이 법을 만들죠. 이 권력 관계에서 근로자들은 정쟁과 여론에서 대표자들 밑에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세금징수율도 문제지만 급여가 노동에 비해 낮다는 점도 유산 상속과 차이를 벌어지게 합니다.


사회자: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 시기에 세금을 낮춰야 할까요, 아니면 다양성을 고려해서 세금징수율을 재분배해야 할까요?


마리나 살라몬: 저는 지금 즉시 재분배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우리는 올해 여기저기서 긁어 모을 수 있는 최대한인 1,750유로의 보너스를 직원들에게 줄 수 있었는데요. 1,000유로를 주기 위해서 회사에서는 2,200~2,400유로가 듭니다. 직원들이 받는 금액이 줄어든다는 거죠. 더 드라마틱한 건 유산 상속자는 가족이 소유한 회사의 지분을 팔 때는 낮은 세금을 낸다는 것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출처: MBC뉴스)


사회자: 지난 1월 세금을 더 많이 내겠다고 서명한 102명의 슈퍼리치 중에 이탈리아의 슈퍼리치 한 분을 소개하겠습니다. 바올로 마르조토(Paolo Marzotto) 백작의 손녀인 조르자나 노타르바르톨로 디 빌라로사(Giorgiana Notarbartolo di Villarosa)가 서명하게 된 동기를 이야기합니다.


조르자나: 여기는 밀라노에 있는 pfc 사무소로 마르조토 가의 유산을 경영하는 사회사업 건물입니다. 이 부(富)는 여러 세대에 걸친 기업정신과 경영능력에서 온 것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지역의 협업과 가치 창출을 가능하게 한 이 지역의 제도 덕분이기도 합니다. 이 민주주의 안에서 이 유산이 창출되었고 늘어났다는 인식에서 온 것입니다. 2022년 초에 다보스에서 인류를 위한 억만장자(Millionaire for humanity)들이 각 나라의 정부에 높은 세금을 낼 수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올리도록 요청하는 편지를 소개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더 공정한 부의 재분배를 통해 현시대의 위급한 문제인 사회 정의와 기후 문제의 해결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제가 많은 재산을 축적할 수 있지만 제 이웃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 저에게는 아무런 승리감이 없습니다. 저에게는 모두가 잃은(진) 것입니다.

제가 일을 시작했을 당시 처음 5년 간은 제 유산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유산이 없다고 생각하고 싶었고 없는 것처럼 살고 싶었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이 아는 것도 원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유산은 있었고 제가 번 것도 아닌데 그것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저에게는 뜨거운 감자처럼 제가 받은 대로 후손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후 저는 소셜 임팩트 투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새로운 길이 열렸습니다. 이제는 돈을 더 불리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소셜 임팩트 또는 기후 투자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성경에서의 교훈처럼 받은 금전을 땅에 묻지 않고, 저는 받은 유산을 그대로 후손에게 물려주면서 거의 땅에 묻을 뻔했는데 이제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방법으로 제 후손들에게 더 많은 유산을 물려주지 못한다 해도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습니다.


사회자: 교수님, 우리 정부는 왜 이분이 깨닫고 완벽하게 설명해 준 것을 알지 못할까요?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거두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브루니 교수: 선거 때 공약을 잘 살펴야 하고 부자들이 이런 선견지명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 젊은 여자분이 이런 선택을 한 이면에 깊은 고민을 통한 비전과 신념이 있습니다. 단순히 가난한 사람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에서 개인적으로 착하고 너그러운 행동을 한번쯤 한 것이 아니고 뭔가 더 큰 아름답고 중요한 과정을 시작한 것입니다.


마리나 살라몬: 이 주제는 정말 중요한 것입니다. 존엄과 일자리를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희 집에서 7명의 우크라이나 여인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시내에는 많은 우크라이나 여인들이 자녀들과 함께 와 있습니다. 저희는 그 사람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동반해 주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집을 마련해 주고 시장 보는 것을 돕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각자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탈리아의 노동시장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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