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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린노알미늄


이세영은 1988년도 1월 부산 감전동에서 동업자 2명과 함께 공업용 열처리, 단조가열로(爐), 용해로를 생산하는 삼우엔지니어링을 설립하였다. 칠년간 동업을 했는데 100% 주문생산이라 주문이 있을 때는 굉장히 바쁘고 없을 때는 일거리가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제품을 고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고 있었는데 1995년 대우그룹에 소속돼 있는 회사에서 대우버스의 유리몰딩과 고정프레임을 만들어 오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대량생산 단계에 들어서자 동업자인 두 사람은 자신들의 예상보다 단가가 너무 낮아 인건비에 비해 이윤이 너무 적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제품공급이 시작되어 정상적으로 부품이 공급되지 않으면 대우버스 생산라인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계약서도 없는데 못하겠다고 하면 끝"이라고 하면서 생산 중단을 주장하였고, 이세영은 "계약서 없이 말로 이루어진 계약이 더 무섭다. 계약서가 있으면 그 조항대로 패널티를 물면 되지만 계약서가 없으니 신의를 더 지켜야 한다"고 하였다. 1996년에 동업을 청산하고 독립하여 (주)삼우로엔지니어링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97년도에... IMF를 맞게 됐죠. 그 때 저는 버스 창틀 만드는 일과 기존에 하던 일을 병행하고 있었는데... 버스 창틀 만드는 일이 돈이 안되기 때문에 기존에 하던 일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되었고... ILF가 터지면서 98년도 1월부터 부도를 맞기 시작했는데... 큰 건이 두 개나 있어서 굉장히 회사가 위험해졌어요. 정말 앞이 안 보였고 뭐 어떻게 내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되었어요. 제가 굉장히 힘들어하고 뭐 어떻게 해결할 방법을 못 찾고 있으니까 집사람이 저보고 그렇게 고민하지 말고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을 하느님께 맡기라고... 그 때... 저는 모든 걸 내려놓는 법을 알게 되었어요."


2001년도에 버스 창틀 생산량이 늘어났다. 기존에 대우버스에 납품을 하고 있던 업체가 원자재를 생산하고 이세영은 그 업체로부터 공급받은 원자재로 임가공만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2002년 3월, 직접 생산을 하고 싶어 검토를 해 보았지만 설비를 위한 자본이 부족했다. 그런데 같은 해 8월, 장마로 공장이 물에 잠겨 설비를 전부 새로 도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말았다. 2003년 8월 (주)삼우EMC로 상호를 변경하면서 부품생산을 시작하게 되었다.


"가만히 돌아보면 공장이 물에 잠기고... 그런 과정들을 통해서 하느님께서 제가 원했던 것을 할 수 있도록 해주셨어요. 도저히 인간의 능력으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부도가 나고, 공장이 물에 잠기고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이런 사건들이 전부 다 저를 단련시키고 제 그릇을 키워주신 과정들이었다고 생각하죠."


2009년 5월 알미늄 제조공장으로 바뀌면서 현재의 린노알미늄 주식회사가 되었다. 처음 알미늄 일을 시작했을 때 이세영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의 알미늄 압출회사를 찾아갔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로 몇 시간이 걸리는 산간 오지에 있던 이 회사에서 기술을 배우고 기계를 사고 싶다고 하자 80이 넘은 그 노인은 "우리 회사의 기계는 얼마든지 사갈 수 있지만 우리가 만드는 제품과 같은 것은 절대 만들 수 없다"고 하였다. 이 회사는 CEO만이 아니라 노동자들도 3, 4대를 이어 일을 하고 있는데 이들의 축적된 암묵지(暗默知)를 모방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신규 직원들이 어느 정도 생산성을 내기 까지는 적어도 6개월 정도의 훈련기간이 소요된다. 처음에 나이 많은 현장의 노동자들은 자신의 기술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주는 것에 대해 방어적이었다. 젊은 신규 직원에게 현장에서 필요한 교육을 시켜 달라고 부탁하면 "다 가르치고 나면 나를 내보내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하였다. 제조업에서는 각 개인이 터득한 기술이 자신의 힘이기 때문이다. 양성을 받은 신규 직원이 그 일을 하게 되면 자신은 진급을 하여 컨트롤 타워가 될 수 있고 정년이 지나도 계속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후배를 받아들이며 가르치게 되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지금은 신입 사원이 들어오면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선순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서 기업의 지적 자본 또한 축적되고 있다. 노동자들이 팀을 이뤄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이들의 관계 형성에 중요한 변수이다. 신규직원들은 경험이 많은 선배의 쉽사리 따라할 수 없는 노하우를 접하면서 존경하게 되고, 이를 배우면서 고마워하기 때문에 작업장의 분위기가 좋아진다.

제조업에서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술은 기업의 생산성과 직결된다. 린노알미늄 곳곳에는 제안함이 있다. 작업을 하면서 어떤 면을 보완하면 불량률을 낮출 수 있을 것 같다든가 성능이 향상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를 넣는데 매주 셋째 주에 이 함을 열어서 시상을 위한 등급을 매긴다. 또 휴게실이나 식당에는 칭찬함이 있다. 직원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은 것을 적어 넣는 것이다. 처음에 칭찬함에 글을 써 넣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 사람 두 사람 칭찬의 글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현재는 알미늄 압출 분야에서 경량화된 고강도 알미늄 소재로 러버부시)rubberbush), 엔진 브라켓트, 선루프 프레임과 같은 다양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여 국내·외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조선, 건설 기자재는 물론 알미늄 케이블 트레이 등을 개발하여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신재생 에너지 사업분야인 태양광 발전소 건립에도 참여하고 있다.

2011년에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우수 중소기업인상"을 받았으며 2014년에는 "글로벌 IP 스타기업"으로 선정되었다. 2017년 3백만 달러 수출의 탑, 2019년에는 7백만 달러 수출의 탑을 받았고, 2020년에는 유럽에서도 vender 승인을 받았다. 2021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글로벌 강소기업에 선정되면서 수출 선도 기업으로 인정 받은 후 1천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하였으며 향후 7년간 해외 수주잔량은 1억 4천만 달러를 확보하였다. 2016년까지 전체 매출의 10% 미만이던 수출이 40%를 웃돌게 된 것은 자체 연구소를 통한 끊임없는 개발과 함께 제2공장 설립 등 시설을 갖추어 온 것이 기반이 되었다.


"저희가 작년부터 차체 프레임을 알미늄으로 바꾸는 주문을 받기 시작했어요.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가는데 차체 프레임으로 가게 되면 부품 가격이 확 달라지는 거죠.이제 매출도 그만큼 늘어나게 되는 거고... 회사가 여기까지 온 과정들을 보면... 내가 계획을 세우고 뭘 해서 된 것이 아니고 정말 '하느님의 보이지 않는 섬세한 손길들이 곳곳에 다 묻어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죠." (2020년 8월 인터뷰)


이세영 역시 기업경영을 통해 실감하는 것은 고용창출의 효과이다.

"... 가정이 파탄 지경이 되고 그 아들이 학교 다니는 것도 힘들어진 분이 계셨는데 우리 회사에 와서 저희와 같이 일하게 되면서 가정도 안정이 되고 아들이 무사히 졸업하고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어요. 직원 한 사람이 바로 각자의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일자리를 만들고 그 일자리를 잘 유지시키는 것이 저의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늦게나마 저희들이 알고 있는 거를 조금씩 실천하려고 하고 있는데 뭐 거창하게 뭘 해야 된다 이런 것이 아닌거 같아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기여는 EoC 기업주에게 근본적인 관심사이다.


"EoC 기업으로서 최소한 한 사람 급여 정도는 해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게 3, 4년 된 거 같은데... 보시다시피 우리가 계속 기업을 확장해 가고 있고... 주문은 늘고 있지만... 저희가 장치산업이다 보니 새로운 주문을 받으면 새로운 기기가 있어야 되기 때문에 항상 투자를 먼저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이익이 왕창 나가지고 뭐 이렇게 해본 적이 없고 늘 자금 때문에 고민해야 되는 상황 속에서 지금까지 해오고 있어요. 회사는 매년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 오고 있지만... 정말 한 때도 돈 걱정하지 않고 해본 적은 없고..."


"우리가 EoC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도는 해야 되겠다 생각은 하지만... 그거를 그냥 내가 가슴 속에 품고 있을 때 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길 때 하고... 그 차이죠. 일단 발만 담그면... 뭐 돈 안내면 어때요. 괜찮잖아요? 시작 자체가... 시작하는 것이 두려워서 그런 거지. 시작하는 용기만 갖고 있다면..."


2017년 4월 바티칸으로 프란치스코 교종이 EoC 관계자들을 초대했던 모임에 다녀온 후 이세영은 EoC의정신으로 경영을 하겠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2019년 1월 2일 시무식에서 EoC가 어떤 정신인지 이야기를 하면서 무지개 프로젝트를 선포했고 구체적인 실천을 위해 하나씩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무지개경영지표를 강하게 어필하지 않았지만 차츰 직원들의 일상생활에서 변화가 나타났다. 사무실만이 아니라 현장에서도 일회용품의 사용과 식당의 잔반이 줄어들고 환경이 정돈되었다.


"내가 계획을 많이 세운다고 해서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잖아요. 작년에 우리가 수출 700만불 달성했다고 상을 받았어요. 올해는 천만불 충분히 할 수 있겠네... (생각했지만) 그건 우리 계획이고 내 계획이지. 코로나가 터지면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고 다 무너지잖아요? 그렇지만 이것이 우리가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구나. 너무 빨리 가면 잘못해서 걸려 넘어질 수도 있는데 오히려 개구리처럼 멀리 뛰기 위해서 움츠려야 되는 그런 시간들을 우리에게 주시는구나 생각하면서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부분들을 지금 정비하자 그래서 내년에 점프하기 위해서 올해는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2020년 8월 인터뷰)


영업부에서 새로운 아이템의 견적을 의뢰받아 온 것은 생산부서와 품질관리를 하는 부서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 생산부서와 영업부, 관리부의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원가절감과 품질관리, 현장의 인력 배치에서 부서 간의 의견이 다른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린노알미늄은 아이디 하나로 외부의 모든 메일을 다 받아 부서별로 어떤 일이 이뤄지고 있는지 서로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린노 알미늄의 경영기획실장 이나라도 EoC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희가 한 아이템을 내려면 영업부에서 견적 의뢰를 받고 고객이랑 만나도 생산이랑 품질이나 모든 부서를 거치지 않으면 사실은 나갈 수가 없는 거예요. 아무리 영업한 사람이 잘해도 모든 사람들의 손을 거처야 제품 하나가 나오기 때문에... 하지만 실제로 해 보면 진짜 어려워요. 이 사람 의견도 물어보고, 저 사람 의견도... 저희도 예전에는 부서끼리 직원들 사이에 진짜 의견 충돌도 많고... 관점의 차이가 너무 큰 거예요. 그런데 점점 서로의 입장에서 회의를 같이 하다 보니까 아 이거는 우리가 이렇게 해주면 품질부에서 더 편하겠네 하는 걸 깨닫고, 품질부에서는 우리가 빨리 관리해 주면 생산이 더 효율적이겠구나... 그러니까 결국에는 '누가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정말 함께 가는 여정이구나' 하는 것을 서로 깨닫게 되는거죠."


린노알미늄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알미늄 원자재 비레트(Billet)를 500℃로 가열하여 금형틀에 맞춰 압출하여 절단·가공·용접·벤딩·피막까지 전 공정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비하고 있으며 다양한 시험장비를 보유하여 자체 시험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용절감은 물론 고객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효율은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는 기업 내부적인 신뢰의 문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린노알미늄은 정년이 지난 직원들도 계속 근무하면서 후배 직원들에게 자신들의 암묵지를 전수하고 선·후배나 직급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협업이 가능한 분위기를 이루고 있지 때문에 작업 효율이 높은 편이다. 또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이들을 채용하여 양성하는 것을 인정받아 2014년 인재육성형 중소기업으로 지정받았다. 린노알미늄은 기숙사를 마련하여 이들의 복지를 도모하고 있다.


"중소기업이지만 저희는 계속해서 신입직원을 뽑으려고 해요. 관리 직원들 중에는 경력사원을 뽑자는 의견을 내는 분도 있지만 대표님은 그러면 사회 초년생은 어디 가서 커리어를 쌓을 수 있겠냐고 하셔요. 기업이 할 수 있는 사회적 소명은 정말 절실한 사람한테 그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한 거 같다 그리고 의지가 있고 절실한 사람이 일을 했을 때 그 가족을 살릴 수 있다고... 그런데 신입사원을 뽑는다는 것은 한 사람을 계속 관심 있게 봐줘야 된다는 거예요. 삼년 오년... 그러다 보니까 그 분들이 진급도 하게 되고 하니까... 경력직 채용을 계속 주장하셨던 분도 우리가 노력하면 되는구나... 공감하시게 되고..."


제조업은 B2C가 아니라 B2B이기 때문에 미디어 매체를 통한 홍보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린노알미늄은 건전한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오면 작업에 큰 지장이 없는 한 응한다. 직원들에 대한 복지는 급여만이 아니라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자부심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평소 감정표현이 적은 편인 현장 직원들이 시나리오 없이 즉석에서 이뤄지는 인터뷰에서 직원들은 소박하게 회사에 대한 고마움과 자신의 일에 대한 만족을 표현한다.


출처: 성공회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학위논문 <이탈리아 시민경제 사상과 한국 친교경제 EoC 기업 사례 연구> 사회학과 강영선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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