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경제, EoC 20주년 총회, <상파울로에서 세계로> "예언이 역사가 되다"
올해로 탄생 20주년을 맞는, EoC (Economy of Communion)의 총회가 지난 5월 25일~28일 그 발상지인 브라질 상파울루 인근 마리아폴리 지넷따 소도시에서 열렸다.
5대륙 37개국 640여 명의 기업주, 근로자, 학생, 경제 연구자 등이 참석한 이번 총회는 “자본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필요함”을 확인하고 “친교와 나눔이야말로 모든 사람, 기업, 공동체가 지닌 심오한 성소”임을 확신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 참가자 23명도 이번 총회에서 EoC를 새롭게 이해하면서 앞으로 한국에서도 EoC를 구체적으로 육화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그 문화가 확산되도록 노력하기로 다짐했다.
<예언이 역사가 되다>라는 주제로 5월 29일 상파울루 라틴아메리카 메모리얼에서 개최된 <EoC 20주년-열린 하루 모임>에는 약 1,700명이 참석해 총회의 열기를 이어갔다.
이번 행사 로고에 적힌 1991년-2011년-2031년은 EoC의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했고 특히 세계 각지에서 온 젊은이 대표 17명은 그들 스스로 작성한 <상파울루에서 세계로>라는 제목의 메시지를 대회 말미에 발표했다. 이들은 “(EoC 40주년이 될) 2031년까지 세계 경제가 우리를 위해, 또 모두를 위해 나눔과 공유의 경제가 되도록 하자”며 오늘날 자본 중심적인 경제 논리 앞에서 “EoC는 우리의 희망을 키워주고 그 희망이 가능하도록 해주기 위해 20년 전에 지상에, 이곳 브라질 땅에 왔다고 믿습니다.”라고 선언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해온 EoC 국제중앙위원회의 루이지노 브루니 교수(밀라노-비코카 대학 정치경제학과)는 “이제 EoC의 단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EoC는 빈곤의 상처를 치유하고 사람들을 변화시키지만, 오늘날에는 경제 기관들도 바꿔 나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브루니 교수는 “EoC는 한 카리스마로부터 태어났고 매일 태어나니, 바로 이로 인해 EoC와 젊은이들 사이에는 긴밀한 연결고리가 있다”며 “카리스마들과 젊은이들의 공통점은 희망, 미래에 대한 믿음, 거대한 프로젝트, 이상(理想)이니 EoC의 새 세대들은 이 첫 20년의 소중한 결실이자 미래를 향해 빠르게 나아가는 보증”이라고 역설했다.
이날 포콜라레운동의 회장 엠마우스는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EoC 역시 성령께서 이 땅에 일치의 카리스마를 보내신 목적, 즉 ‘모든 이의 일치’라는 목적 안에 포함되어야 한다”며 “사회적 불평등으로 야기된 단절을 회복할 수 있는 나눔의 경제 없이는 일치된 세상을 결코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한 상 파울로 오딜로 슈레레 추기경은 “EoC는 시간이 지나면서 국가 경제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두를 위한 경제, EoC (Economy of Communion)는 복음적인 나눔과 공유의 정신에 따라 모든 경제활동의 패러다임과 문화를 바꾸고자 하는 포콜라레운동의 프로젝트이다. 이 운동의 창설자 끼아라 루빅은 1991년 브라질을 방문하면서 비행기에서 상파울루를 내려다보았을 때, 대도시의 화려한 고층빌딩들 주변을 둥글게 에워싸고 있는 파벨라스(favelas) 빈민촌을 보게 된다. 부자들의 세계를 빙 둘러싼 수많은 가난한 이들의 삶의 현실이 마치 예수 그리스도의 <가시관>을 연상케 한다고 했던 어느 가톨릭 주교의 말을 떠올리면서 끼아라는 이 극심한 빈부 격차의 현실을 치유할 무언가를 시작해야 함을 강하게 느낀다.
이 같은 영감으로부터 끼아라는 1991년 5월 29일 상파울루 인근 마리아폴리 지넷따 소도시에서 새로운 기업운영 방식으로서 모두를 위한 경제, EoC를 제안한다. 즉 기업을 설립해서 유능한 경영인에게 운영을 맡기고 이윤을 창출하되, 이윤의 삼분의 일은 가난한 이들을 돕는 데, 또 다른 삼분의 일은 이 정신을 삶으로 실천할 새 사람을 양성하는 데 사용하며, 나머지 삼분의 일은 기업의 발전을 위해 재투자하자는 것이었다. 이 같은 제안은 브라질과 남미의 포콜라레 공동체에 즉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이 운동의 소도시들 인근에 EoC 기업들의 산업 생산단지가 설립되기 시작했다. 다른 대륙에서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자 하는 여러 업체들이 생겨났다. 모두를 위한 경제, 모두를 위한 경제, EoC는 부자가 케이크의 한 조각을 떼어서 선심 쓰듯이 가난한 사람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의 존엄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케이크를 함께 키워 나가고 궁극적으로는 가난한 사람도 자신의 것을 내어줄 수 있도록 하는 <주는 문화 the culture of giving>에 바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도 공산주의도 아닌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서 인간관계와 삶 자체의 복음적 변화를 추구한다.
2009년 10월 현재 세계 곳곳에 총 688개의 EoC 기업(이탈리아 235개 포함해 유럽 413개, 남미 209개, 북미 35개, 아시아 25개, 중동 2개, 아프리카 2개)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고 그 수는 계속 증가 추세이다. 또한 EoC에 대한 학문적인 접근도 발전을 거듭해 이미 여러 논문들이 발표됐고 각종 학술 세미나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탈리아 로피아노의 소피아 대학 등 EoC를 정규과목으로 가르치는 대학들도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