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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시대의 자본주의의 사순절



공동선(共同善)의 중요성을 드러내주는 공동악(共同惡)


2020년 3월 19일 『모두를 위한 경제, EoC』 국제 웹 사이트에 동영상 게시

2020년 3월 20일 《리오넬로 본판티 산업단지 Polo Lionello Bonfanti》 웹 사이트에 게시


◈ 2020년 3월 18일 이탈리아 《리오넬로 본판티 산업단지 Polo Lionello Bonfanti》 주최로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의 자본주의의 사순절”이라는 주제하에 진행된 웨비나(webinar, 인터넷 웹 사이트에서 열리는 세미나)에서 로마 룸사(LUMSA)대학 경제학과 루이지노 브루니(Luigino Bruni) 교수와 교황청립 아욱실리움(Auxilium)대학 경제학 교수인 알레산드라 스메릴리(Alessandra Smerilli) 수녀가 발제한 내용을 요약해서 전달합니다. 이날 웨비나에는 4명의 발제자의 발제가 있었지만, 한국 EoC 웹 사이트에는 ‘프란치스코의 경제’(EoF)와 ‘모두를 위한 경제, EoC’에 직접 관련이 있는 2명의 발언 내용만을 요약하여 전합니다. 이날 토론의 스트리밍(streaming)에는 1,200여 명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 루이지노 브루니 교수는 이날 전반부에서 <자본주의의 사순절>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3월 11일 이탈리아 가톨릭 일간지 《아베니레 Avvenire》지誌에 기고한 글의 내용을 다시 발제했습니다. 현재 한국 EoC 홈페이지의 아래 웹사이트에도 그 번역본 전문이 실려 있습니다. 참고 웹 사이트:

알레산드라 스메릴리 수녀:

기업들을 포함해서 우리 모두는 우리의 존재에 내재한 불확실성을 고려하지 않고, 또 우리 모두가 함께 존재한다는 것에 내재한 불확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것에 대한 계획을 세우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것이 멈춘 이 순간, 갑자기 모든 약속들이 취소되거나 적어도 연기된 지금, 이처럼 바뀐 상황으로 인해, 여러 가지 일을 하나씩 보다 침착하게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순간순간 여러 소식들을 접하면서 그 모든 비극적인 상황들을 우리가 살고는 있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이렇게 하나씩 차분하게 일을 해 나가는 방식을 통해 그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가치들을 재발견하게 되는 듯합니다. 마치 큰 풍선에 바람이 빠진 듯합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저는 ‘그동안 우리는 마치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기만 하는 기차에 타고 있는 것 같았고, 그 기차에서 내리기는 어려운 것만 같았다.’고 혼잣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다른 많은 분들도 그렇게 느끼셨을 것 같고, 기업들이나 다른 여러 경제활동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습니다. 혼자서는 그 속도를 늦추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속도를 늦추어야만 하는 강제된 상황은 이제 전 세계로 이미 확산된 상태인데, 아마도 이와 같은 외적인 충격은 우리로 하여금 무언가를 다시 제대로 바로잡고, 다시 성찰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우리가 조직하기 시작했던 EoF (프란치스코의 경제, Economy of Francesco)대회와 이번 사태가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도 생각해보았습니다. 우리가 처음부터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인식했던 것처럼, ‘프란치스코의 경제’는 어떤 한 이벤트가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하나의 과정입니다. 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EoF 대회에 세계 각지의 젊은이들을 초대하고자 보내신 편지의 서두가 늘 생각납니다. 곧 현재의 경제를 바꾸고 미래의 경제에 영혼을 불어넣기 위해 서약을 하자는 말씀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주제들에 대해 젊은이들과도 함께 작업하기 시작했습니다. (EoF 대회에 오기로 한 젊은이들이 2천 명이라는 것을 이미 우리가 알게 되었고, 이 젊은이들과 연락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이 작업을 젊은이들과 함께 하는 가운데에, 거의 바깥 세상의 사고방식과도 같은 생각들에 접하게 되었는데, ‘이런 대회는 착한 마음씨를 지닌 사람들이 하는 좋은 일이다.’라는 생각들입니다. 곧, ‘무언가를 해보려고 시도를 할 수는 있겠지만, 경제는 원래대로 흘러갈 것이다.’라는 생각들이었습니다.

아마도 우리로 하여금 실제로 진정 경제를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고, 미래의 경제에 영혼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 이와 같은 외적인 사건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EoF 준비 그룹들 중에 제가 맡고 있는 ‘금융’을 주제로 한 그룹에서 이른바 EoF 빌리지의 시니어(Senior) 분들과 함께 우리가 즉시 깨닫게 된 것이 있는데, "지금이 바로 '프란치스코의 경제'(Economy of Francesco)가 일할 때"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젊은이들에게 이것을 전하고자 합니다.

지금이 바로 금융계에서, 시장(市場)에서 경제 활동의 주체들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가 관찰하고 평가해야 할 시점입니다. 또한 기관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고,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데 안 하고 있는지 등을 관찰하고 평가해야 할 시점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특히 금융 활동의 주체들의 소명은 이 시점에 무엇인지, 장차 다가올 경제를 위해 금융 활동의 주체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리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아야 할 시점입니다. (우리는 이 질문을 이제 젊은이들과 함께 해 보려고 합니다. 이 시점에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현재 많은 규칙들이 순간순간 바뀌고 있고, 우리는 계속 새로운 지침들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모든 것을 겪고 난 후에 사태가 진정되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일은, 다시 예전처럼 모든 것을 하려고 하는 것일 것입니다. 곧 마치 모든 것이 예전과 마찬가지인 것처럼 또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곧, 우리가 현재 살아내고 있는 이번 사태로부터 결국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 이것이 가장 심각한 과오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또 이 시간이 헛되이 지나가게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그중에는 많은 경제 활동의 주체들, 많은 기업가들과 노동자들 등이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지금이야말로 함께 성찰하기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오히려 이 시기를 통해 좀 더 지혜를 배움으로써, 이 시기를 벗어나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는 점을 좀 더 높이 평가하고,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합니다. 네트워크는 지금 이 시점처럼 도움이 필요한 때에 매우 유용합니다. 바로 이와 같이 중간에서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그룹들과 단체들 덕분에, 우리는 치료를 받거나 해답을 얻으며, 지원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협력은 평소에 이미 존재하지 않을 경우, 갑자기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만일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이 위기로부터 소중한 교훈을 얻어 함께 공공(公共)의 사고방식에 이를 수 있게 된다면, 아마도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재출발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루이지노 브루니 교수:

감사합니다, 알레산드라 수녀님! EoF(프란치스코의 경제)에 대해 수녀님이 말씀하신 내용이 매우 좋았고, 모든 젊은이들에게 상기시켜 주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EoF 준비 과정에서 함께 아씨시에 갔을 때,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대성당 벽면에 프란치스코 성인의 생애에 대한 화가 조토(Giotto)의 프레스코화 그림 28개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중에 프란치스코가 나병환자를 만나, 입맞춤하는 장면은 빠져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갔던 EoF 준비팀의 젊은이들은, 우리가 EoF 대회 기간 동안에 이 29번째 장면을 세상에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나병환자와 만나는 장면이,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나타난 셈입니다. 즉 지금의 바이러스의 모습으로, 지금의 전염병의 모습으로 찾아온 것이지요. 그렇지만 우리는 프란치스코 성인이 나병환자에게 입을 맞추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그러므로 EoF(프란치스코의 경제)가 훨씬 더 깊이 있고, 훨씬 더 진지하고, 훨씬 더 아름다울 수 있도록, 우리가 이제 EoF의 이 두 번째 단계를 어떻게 준비하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중략)


◈ 참고로 4월 3일 세계 각지의 EoC 관계자들의 온라인 줌 연결 모임에서 (EoF 준비팀의) 플로렌시아가 “11월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지니고 함께 준비할 젊은이들을 찾고 있다(특히 12개 village 준비 관련해서)”고 전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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