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경주 마리아폴리] N 잡러의 EoC 살기
N 잡러의 EoC 살기 - 서은덕
안녕하세요. 저는 대전에서 공연, 전시, 프로그램 등을 만들고 진행하는 문화기획자 서은덕 코리스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일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한 직장에 매여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 어려웠고 그것은 저의 고민이었습니다.. 이런 저의 성향을 주신 하느님의 뜻을 잘 알아보고자 여러 시도를 했고 현재는 N 잡러로 그분이 주신 기회를 기꺼이 살아내고 있습니다.
혹시 N 잡러 모르시는 분 계시나요? (N잡러는 몇 가지의 일을 하는....)
그래서 저는 3개의 명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 하나는 문화기획자로 기관이나 예술인의 의뢰를 받아 문화사업을 하고 있으며
- 다른 하나는 3명의 작가들이 작업실과 문화공간 겸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코너샵입니다
- 또 하나는 대전의 빵집 성심당에서 작년 오픈한 성심당 문화원에서 빵 문화와 에코라이프를 기반으로 한 컨텐츠 개발과 성심당의 70년 기록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기도와 묵상으로 사는 것만큼 중요한 ‘세상 안에서 복음을 사는 것에 대해 끼아라의 말씀대로 하느님의 말씀을 내가 속한 세상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늘 고민했습니다.
어려서부터 포콜라레에서 알게 된 성심당 가족들을 보며 복음을 직업 안에서, 일터 안에서 EoC 정신으로 경영하는 모습을 보고 배우며 기업가는 아니지만 프리랜서 N 잡러로써 나의 일을 통해 1인 EoC기업으로 살고자 했습니다.
사실 저는 아주 소박하게 사는 것을 추구하며, 무리가 된다면 좋은 조건을 주는 일이라도 거절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2020년, 문화기획 일에 한계를 느끼며 새로운 사업에 도전했지만 실패해 많은 빚을 지게 되었고, 그 빚을 해결하기 위해 좋아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의뢰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실패로 인한 심적 고통이 심했지만, 일을 주심에 감사하며 하나씩 수행하다보니 어느새 N 잡러가 되었습니다. 버겁지만 그 일들을 해나가면서 직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필요한 일을 대신 해주며 이윤을 내는 것. 그것이 노동의 의미였고 노동의 숭고함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었습니다.
EoC 모임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것 외에 나에게 주어진 몫은 무엇일까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 저의 몫은 바로 ‘지역 예술인’들이었습니다. 주변 예술인을 통해 본 예술적 기질은 주머니 속 송곳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술적 기질을 드러내지 않고 품고 있으면 뾰족이 나와 불편함을 주고, 언젠가는 꺼내서 표출해야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생긴 대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 주고 세상과 연결하는 것이 하느님이 제게 주신 몫 같았습니다. 지역에 있는 예술인들은 소위 성공하지 못한 예술인들로 취급받으며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는데, 그들이 지역 정체성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며 그들의 생활이 기쁘게 예술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의 몫이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문화기획을 할 때, 역할을 여러개로 쪼개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 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지역의 예술인들이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과 자부심을 갖게 하고,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사업이나 의뢰기관 또는 기업과 원활히 소통하고, 그들이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계약서 작성, 홍보물에 이름 기재 등 섬세한 사랑을 베풀고자 합니다. 더불어 제가 지치지 않도록 저를 위한 배려도 함께하며 EoC 기업의 정신을 적용해 보기도 합니다.
지난해 5월, 성심당은 성심당의 기업정신과 환경에 대한 실천을 고객들과 함께하기 위해 성심당 문화원을 오픈했습니다. 어려서부터 포콜라레를 통해 성심당의 기업정신을 잘 알고 있는 저에게는 성심당 문화원과의 협업은 매우 흥미로왔습니다. 그동안 예술인들과 오밀조밀 일하는 것과 달리 큰 조직의 회사 안에서 일하는 것은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이었습니다.
기존의 저의 기획일은 정해진 예산을 잘 분배하는 일이었다면 성심당의 일은 성심당의 문화를 잘 담아내면서 그에 따른 수입을 얻어 그 프로그램을 유지해야했습니다. 처음엔 그것이 적응이 잘 안되었습니다. 혼자서 해결하고 책임지던 일을 주로 했었는데, 성심당은 큰 조직이었고 결재구조가 있어 회사를 설득해야하는 몫도 있었습니다. 맨 처음에는 이 과정이 문화의 결이 흐트러지는 것은 아닌가 하였지만 제가 밀고 나가고 싶은 일에 성과를 내지 못해 괴롭던 차에, 회의 석상에서 고민을 털어놓았고 성심당 임직원이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해결해주었습니다. 조직의 쓴맛과 단맛이 함께 한 순간이었습니다. 함께 사랑하고자 하는 성심당만의 사랑의 문화에 큰 감동과 든든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문화기획을 할 때나 행사를 치룰 때 대상이 ‘모두’인 사업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상이 뚜렷하지 못할 때 주제성을 잃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루는 성심당에서 성심당 탄생에 대한 낭독극을 공연하는데 샛노랗게 머리를 염색하고 온몸이 문신인 젊은 여성과 갓난아기, 아저씨, 할아버지, 아줌마, 어린이 모두가 초집중해서 공연을 보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지역 예술인과 기획자, 성심당 직원도 함께... 20년 가까이 문화기획을 한 제가 없다고 한 ‘모두’가 이 안에서 가능했습니다. 성심당 경영이념인 ‘모든 이가 다 이롭게 여기는 일을 하십시오.’가 작은 공연 안에서도 꽃피우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2020년 임대한 사무실 공간은 사업실패로 접지도 펴지도 못한 채 2년 넘게 저의 무거운 짐이었는데 올해 초, 친구들과 신년 티타임을 통해 저를 포함한 2명의 작가들이 작업실 겸 카페로 “코너샵”이라는 상호로 재 오픈하였습니다. 오픈한 모습을 보니, 제가 맨 처음 이 공간에서 하고픈 모습이 올해서야 실현됐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고통 중에도 그분의 빛을 따라가고자 했던 원의를 잊지 않으시고 실현시켜주신 그분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저는 함께 하는 코너샵을 통해 누군가의 뜻을 펼치며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유지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가진 EoC 가게로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예전에 EoC는 큰 기업, 이윤을 내는 사장님들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N 잡러임에도 작은 사업을 운영하고 있기에 EoC를 충분히 살 수 있다고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이런 EoC 행보가 다른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도 저의 실패와 경험이 선물이 되어 싹트기를 희망합니다.
하나의 경제 규모를 운영, 관리하는 주부도, 직장인, 용돈 받는 학생도 모두 EoC 정신을 살 수 있는 것을 저의 작은 경험을 통해 문턱이 낮아지길 바랍니다.
이미 EoC는 우리의 LIFE STYLE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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