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oC 기업 ‘지식백과’ 소식 3호
에로스(Eros), 필리아(Philia), 아가페(Agape)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병기 교수
철학에서 말하는 사랑의 세 가지 종류이다.
먼저, 에로스(eros)는 감각적이고 본능적인 사랑을 일반적으로 가리키지만, 철학적 의미에서는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충족된 이상적(理想的) 상태를 추구하는 사랑이다. 에로스는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에 의해서 언급되었으며, “인간의 마음속에서 홀연히 정열적인 모습으로 나타나, 불가항력적으로 인간을 엄습하는 본능적 사랑”이라고 정의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에로스가 성애적 사랑을 주로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본래의 의미에서 볼 때 정신적 사랑도 포함한다. 에로스는 자신의 불완전성을 인식하고, 이러한 이해의 바탕 위에 ‘완전’을 지향하고 더 높은 차원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이성(異性)을 만나 온전한 가정을 이룸으로써, 전인격적 존재로 나아가는 진실하고 성숙한 젊은이들의 사랑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필리아(philia)는 친구를 뜻하는 그리스어 ‘필로스(philos)’에서 유래하였으며, 보통 ‘우애’를 가리킨다. 필리아가 뜻하는 것은 친구 간의 신의, 군주와 신하 간의 관계, 스승과 제자와의 사랑, 형제 간에 느낄 수 있는 가족애를 포함하는 정신적이고 인격적인 사랑이다. 따라서 필리아는 넓은 의미의 우정을 가리키며, 자기 자신과 대등하게 남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공동체 윤리를 논하면서 필리아를 강조하였고, 필리아를 통해서 어느 한 사람에게 넘치지 않고 서로 나누어 동등해지는 절제와 중용을 윤리의 핵심으로 제시하였다.
아가페(agape)는 그리스도교적 의미에서 주로 사용하는데, 하느님이 인간에게 주는 아낌없는 사랑을 의미한다. 인간들 사이에서 자기를 내어주는 헌신적인 사랑이 행해질 때에도 아가페의 사랑이 가능하다. 그러나 하느님은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존재이기에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랑을 베풀 수 있지만, 현실적 한계가 많은 인간은 무조건적 사랑을 실천하기 힘들다. 현실적으로는 보통 ‘박애’로 번역되는 사회 모든 구성원들에 대한 보편적 형제애(fraternité)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아가페는 결여된 것을 주고받음으로써 완전해지고자 하는 본원적 욕구를 충족하는 에로스나, 상호 간의 호혜적 교환이 성립되어야 하는 필리아가 행해지는 조건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아가페는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어떤 대상에게도 국한되지 않으면서 모든 대상에게 자연스럽게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주는 이의 선의가 완성되기만을 바라며 무조건적으로 내어주는 EoC의 무상성(無償性, gratuitousness)의 실천이야말로, 인간이 행하는 아가페적 사랑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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