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oC 기업 ‘지식백과’ 소식 9호
우리-합리성(We-rationality)의 개념과 속성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병기 교수
<지식백과> 소식 8호에서, EoC 기업은 새로운 이성, 즉, 우리-합리성(we-rationality)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 자유시장 경제체제의 실패와 공공복지체계의 실패라는 양면적 실패를 극복할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우리-합리성이란 무엇인가? 우리-합리성이란 EoC 기업 내외부에서 발견될 수 있는 특징적 행동들을 설명하기 위해서 L. Bruni 교수가 2002년에 출간한 편저서, <Toward a Multi-Dimensional Economic Culture: The Economy of Communion>의 제5장 “Toward an Economic Rationality ‘Capable of Communion’”에서 소개하는 새로운 개념이다. 기본적으로 우리-합리성은 근대 서구경제학의 오랜 철학적 근거인 개인이기주의(individual egoism)나 집단이기주의(group egoism)를 뛰어넘어, 도구적 합리성(instrumental rationality)의 패러다임으로부터 독립하여 개인적 가치를 사회성과 합치려는 개념적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개인이기주의나 집단이기주의를 뛰어넘는다”는 말은,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는 개인 수준이든 집단 수준이든 인간은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고 가정하는데, 그러한 이기심을 초월하는 보다 고차원적인 합리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도구적 합리성의 패러다임으로부터 독립하여 개체성의 가치를 사회성과 합친다”는 말은, 기존의 합리성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부터 줄곧 당연시되어온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적절한 수단을 선택한다는 목표-수단 간 최적관계를 승화시켜 이웃들과 함께 자기(ego)라는 한계를 넘어 최상의 수단이 무엇인지를 넓게 생각한다는 의미이다.
결국, 우리-합리성이란 집단적 소속감이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맹종하지 않고 여전히 독립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로 남아 있는 개인들이, 집단에서 설정한 이상이나 목표의 정당성에 온전히 공감함으로써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판단을 말한다.
우리-합리성의 본질을 좀더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그것이 가지는 네 가지 속성을 살펴보자. 즉, 우리-합리성의 속성들은 일치(unity)에 대한 열정에 불타는 EoC 기업가들의 불굴의 삶과 실천으로 그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첫째, EoC 기업에는 지역공동체에 대한 강력한 소속감, 즉, 보편적 개방성(universal openness)과 우리 의식(sense of we)이 존재한다. 이러한 보편적 개방성 때문에 EoC 기업은 집단적 이기주의에 충실한 노조나 전통적인 협동조합과 구분된다. 둘째, EoC 기업에는 타인과의 공감을 만들어가는 구성적 관계(constitutive relation)가 중심적 가치를 이룬다. 이를 통해 개인은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속의 존재가 된다. 셋째, EoC 기업에는 내면의 이상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동기부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신의 이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함께 실천해 줄 것을 요청하는 동기, 즉, 표현적 합리성(expressive rationality)이 EoC 기업에 살아있다. 넷째, EoC 기업에는 무조건적 호혜성(unconditional reciprocity)이 발견된다. 무상성(gratuitousness)은 내어줌의 문화에 동참하고 싶다는 매우 적극적인 욕구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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