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과 근로빈곤 [Pani e Pesci 빵과 물고기]
마태오 복음 20:1-16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마지막 일꾼의 비유)
최저임금과 근로빈곤
브루니 교수: 하루가 끝날 무렵에 와서 마지막 몇 시간만 일한 일꾼들의 이야기는 노동과 임금, 경제와 깊은 관련이 있는 매우 중요한 비유입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이 노동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수는 임금, 탈렌트, 정직한 주인이나 부정직한 집사, 상인, 데나리온 등 경제 용어를 즐겨 썼으며, 그리스도교에서 가장 중요한 기도인 주님의 기도(원문)에서도 빚과 빚진 자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예수가 경제 용어를 즐겨 쓴 것은 삶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경제는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기 때문이며, 정당하거나 정당하지 않은 임금과 일을 해서 수입이 있을 때와 없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높은 하늘의 것을 말하는 신앙과 밑에 있는 땅의 것인 경제는 관계가 없다고 하는 사람들은 복음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며, 사람을 너무 사랑해서 경제와 노동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한 예수의 사상과도 거리가 먼 것입니다.
이 비유에서 나오는 “내 것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오? 아니면,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라는 주인의 말은 현재 우리 사회의 사회적 시기심과도 연결됩니다. 오늘날 사회적 시기심은 때때로 오늘날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성과주의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하루가 끝날 무렵에 일하러 온 일꾼들은 아침 일찍부터 일한 일꾼들과 같은 임금을 받으면 안 되므로 공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나라에서는 모든 노동자가 공정하고 더 나은 대우를 받습니다. 포도밭 주인이 마지막에 일하러 온 일꾼들에게 준 임금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저임금이었다면, 더 낮은 금액으로는 노동의 존엄과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 수 없었을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 일꾼들이 게을러서 또는 하루 종일 놀다가 마지막 시간에 일하러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아무도 그 일꾼들을 데려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원의와는 상관없이 일하지 못한 것이므로 그들 잘못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공정한 임금의 유일한 기준인지 생각해 봅시다. 공정한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시장 만으로는 부족하며, 존엄과 존중 등도 함께 고려되어야할 것 같습니다.
[다양한 주장] 최저임금에 대한 찬반 의견
노동자 1: 7, 8, 9 유로(1만원~1만 3천원)의 최저임금에 대해서 매일 라디오와 TV에서 찬반 토론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어떤 게 옳은 지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제가 일을 해서 버는 것으로는 저와 제 아들이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굶지 않기 위해서 저는 두 군데서 일하고 있습니다. 아침 6시부터 8시, 그리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일합니다. 하루에 6시간씩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는 이 도시의 끝 쪽에 있는 회사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임금이 더 낮은 협동조합에 가는데 그 곳은 이 도시의 반대쪽 끝에 있습니다. 그래서 차도 필요하고 버스를 타고 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다른 일을 찾을 수 있다면 더 일할 수도 있겠지만 이게 제가 찾아낸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두 군데에서 일하면서 월 수입이 700유로(1백만원)가 안 되는데 이것은 제가 여행사 직원으로 일했을 때의 반도 안 되는 것입니다. 코로나 기간에 그 일은 계속할 수 없었고 제 결혼 생활도 끝났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없었기 때문에도 저녁에 식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지만 잠시 쉴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 가지 일을 하기에는 육체적으로도 무리였지만 제 아들을 볼 시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다행히 어머니가 봐주셨고, 어머니가 받는 연금으로 점심, 저녁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최저임금이든 아니든 뭐가 옳은 지 저는 모르지만 사람이 일을 하면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죠. 정상적인 것은 아니죠. 제가 하는 말이 아니라 이건 헌법에도 있습니다. 제 아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발견한 것인데요. 취업 면접 때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주려는 사업장에 이 헌법 조항을 보여주고 싶지만 부끄러워서 하지 못합니다. 이탈리아 헌법 제36조에는 노동자는 자신의 업무의 양과 질에 비례하는, 어떤 경우에도 자신과 가족의 자유롭고 존엄한 생활을 보장하기에 충분한 보수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법 조항이 지금도 유효하다면 해결책을 찾아 주십시오!
Luigi Sbarra(루이지 스바라: 전국노동조합연맹 사무총장): 노동조합의 입장은 직원들이 기업의 경영진에 참여하여 기업의 이윤 관리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노동자 2: 최저임금에 반대할 이유가 없죠. 노동자에게 인간으로서 품위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임금을 주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찬성하는 쪽이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어머니가 계시는 요양원 원장의 말을 듣고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1년 전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저와 제 남동생이 어머니를 모실 수 없었기 때문에 어머니는 요양원에 계십니다. 혼자 사시면서 편찮으시기도 했기에 요양원으로 모실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연금으로 요양비용을 지불하시고 부족한 금액은 우리 생활비를 절약해서 보태 드리고 있습니다. 최근에 어머니를 뵈러 갔다가 원장에게 이번 달 비용을 지불하러 갔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계속되면 내년에는 비용을 다시 책정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최저임금법이 시행되게 되면 이 비용을 유지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하는 분들에게 시간당 9유로보다 적게 지불하고 계시다는 말씀인가요?”라고 물었습니다. 원장은 조금 기분이 상해서 모든 직원이 정규직이지만 일부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부업체 직원들이 임금 인상을 요청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청소나 요리, 세탁, 정원사 등 외부업체 직원들이 낮은 임금을 받고 있어서 올려 줘야 한다면 요양원 비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할 것이며, 그렇게 하는 것이 맞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제가 지불하는 금액이 오르게 되는 것이고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요양원 비용만 인상될까요? 그리고 인상된 비용은 누가 지불할까요? 결국 시민들에게 부가될 것입니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9유로가 된다면 결과적으로 모든 것이 인상될 것이니, 다시 잘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제 임금도, 다른 사람들의 임금도 다시 책정돼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물가가 인상되면 이미 어렵게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큰 어려움을 주게 되지 않을까요?
브루니 교수: 일반적으로 기업가라면 누구나 기업이 운영되기 위해서 기업가와 노동자가 서로 도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급여가 적어 만족하지 못하고 사기가 떨어져 있어서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회사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기업가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것은 정상적인 경제적 삶이 아닙니다. 삶의 규칙을 어기는 것입니다. 모든 직원이 만족하지 못하는 기업은 망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장 상황이나 위기로 인해 낮은 임금을 지불해야 할 때, 그것이 자신의 사업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아는 기업가가 가장 먼저 고통 받을 것입니다.
Bari(바리) 시의 Sereco srl 세레코㈜ 사례
우리 회사는 50여년 전인 1975년에 설립되어, 직원 60여명과 함께 정화 기계 설계와 설치 및 식수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2022년에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높아진 생활비 때문에 불안감을 느낀다는 직원들의 말을 듣고 급여를 당시 물가 인상률인 8%를 인상하기로 결정했고, 2023년 1월부터 적용되었습니다.
저희 업계에서 목수, 용접공, 엔지니어, 설계기사 등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급여는 없으며, 우리 업계에 관심을 가지는 청년들이 있으면 인센티브를 주어 일반적인 계약보다 더 높은 초봉으로 시작합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보장해 주는 게 없이 직원 구하기가 어렵다고 불평할 수는 없죠.
Carlo Bonomi(카를로 보노미: Confindustria 이탈리아 전국기업총연합회 회장): 이런 사례는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의 산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지켜지는 규칙입니다. 이탈리아의 기업들이 팬데믹 기간 동안 회사가 폐쇄되었을 때도 직원과 가족들에게 급여와 부를 보장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최저임금보다는 생산성의 향상이 이루어져야 하며, 금융소득세보다 근로소득세가 더 높다는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우리 전국기업총연합회에서는 3년 전부터 35,000유로(5천만원 상당) 미만 직원의 세금 인하를 요청해 왔습니다. 이들은 인플레이션과 원자재,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과 세금 인하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없고 최저임금만 거론하며 정치적 논쟁으로만 번지고 있습니다.
브루니 교수: 기업은 이윤 추구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이 이윤 추구만 하다 보면 결국 실패할 것입니다. 한 기업가가 삶에서 이윤만 추구한다면 너무 초라한 인생입니다. 기업가는 한 인간으로서 이윤을 넘어서는 의미를 추구하므로 이탈리아의 대다수의 기업가들은 직원들과 함께 일하며 기업의 부는 직원들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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