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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면서도 궁핍한 삶 [Pani e Pesci 빵과 물고기 - L'ECONOMIA DEL VANGELO 경제와 복음]



어부 네 사람을 제자로 부르시다(마르 1,14-20)


사회자: 오늘은 첫 제자들을 부르신 성경 구절을 주제로 경제학자, 성서학자이며 시민경제학교의 공동 창설자인 Luigino Bruni(루이지노 브루니) 교수님께서 오늘날의 노동계와 연관지어 말씀해 주시겠습니다. 다시 뵙게 되어 기쁩니다, 교수님.

먼저 오늘 손님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노동과 경제의 대가이신 Pasquale Tridico(파스콸레 트리디코) INPS(국민연금공단)의 대표입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루니 교수: 예수님께서 갈릴래아에서 처음으로 하신 일로 동료를 부르셨다는 것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크리스찬의 역사는 둘이나 셋 이상의 공동체(집단)의 역사로 시작된다는 사실을 말해 줍니다. 처음에 말씀이 계셨다는 게 사실이지만 동료들이 함께 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베드로, 안드레아, 야고보, 요한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첫번째 크리스찬의 이름은 복수였고 처음부터 친구들의 무리인 공동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일하고 있을 때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호수에 그물을 던지고 있을 때였으며 그들이 어부였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기 잡는 일은 함께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형제나 가족이 함께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노동이 있었고 첫 제자들은 양을 치던 모세나 다윗처럼 노동자였습니다. 이 땅에서 일터보다 더 영적이고 영감을 받기에 더 나은 곳은 없다는 것을 기억하게 합니다. 예수님도 목재를 다루면서 굳은 살이 박히고 흉터가 있는 손을 지닌 목수였습니다. 대팻밥 냄새는 전례 때의 향보다 덜 영적이지 않습니다. 예수님 생애의 첫번째와 마지막 날의 나무 냄새는 같습니다. 요셉과 일했던 목공소의 나무와 못박혀 돌아가신 나무 십자가의 냄새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사람 낚는 어부로 부르십니다. 그들은 그전에는 물고기를 낚았지만 이제는 사람을 낚을 것입니다. 물론 오늘날 복음 선포가 직업은 아니지만 임무와 기술에 가깝습니다. 훈련을 통해 능력을 길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소명의 전문가가 될 수는 없지만 유능해질 수는 있습니다. 유능한 사람이 없이는 어떤 단체 행동도 나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노동은 구약과 신약 성경에서 매우 진지하게 다뤄집니다. 알다시피 일터는 진정한 어른이 되는 장소이며 인간적으로 성숙하고 천사들과 하느님을 만나는 곳으로, 천국으로 가는 계단입니다. 오늘날 노동은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윤과 근로소득을 비교할 때 충분히 지불되지 않고 있습니다. 임금이 더 지불된다면 노동의 가치가 다시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요?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가 유지될 수 있을까요? 예수님의 첫 동료들은 예수님과 함께 역사를 바꾼 제자들의 노동으로 굳은 살이 박힌 손을 기억하게 합니다. 노동자들의 손은 가장 영적인 손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자: 고맙습니다, 교수님. 노동에 부여하는 가치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대표님, 왜 오늘날 수작업이 과거보다 인정받지 못하게 됐을까요? 단지 낮은 보수 때문일까요, 아니면 뭔가 다른 게 있을까요?


파스콸레 트리디코: 특히 최근 수십년간의 기술 발전이 너무 빠르고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이것이 생산력을 향상시켰고 이러한 변화는 기술자본의 영향이 덜한 특정한 노동에 대한 낮은 임금으로 이어지게 된 반면 일반적인 노동과 노동자의 임금에 비해 너무 높은 임금에 대한 생산성의 가치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이런 소득의 차이에 대한 정당성을 찾을 수 없습니다). 1960~70년대 이탈리아의 자본주의에서 Olivetti(올리베티)나 Valletta(발레타) 같은 대기업의 경영자들의 소득은 올리베티나 Fiat(피앗) 기업의 노동자들보다 20~30배 정도 높았는데 현재는 이탈리아에서도 대기업의 경영자들은 자신의 기업의 노동자들보다 107배도 넘는 임금을 받습니다. 여기서 이런 소득 차이의 정당성을 찾기 힘듭니다.


사회자: 우리는 지난번에도 노동에 대한 보수의 차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이탈리아의 노동빈곤층에 대한 통계를 보겠습니다. 2005년에서 2018년 사이에 저임금 근로자가 27.5%에서 32.4%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저임금 근로자는 중위소득 60% 이하로 월급이 1,000 유로(140만원 정도)가 안되는 노동자입니다. 그리고 취업자의 12%가 저소득층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일을 하지만 가족 구성원들이 품위 있는 삶을 살기 위한 소비를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일을 하면서도 궁핍하다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일 뿐 아니라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브루니 교수: 우리 부모님 세대까지는 대부분이 시골에서 농사를 짓거나 산림업, 어업을 하는 가난한 노동자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많이 일하면서도 가난했습니다. 전쟁 후에 진정한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전세계에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탈리아와 몇몇 지역에서는 일을 한다는 것은 가난을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노동을 통해 가난에서 벗어났던 경제적인 기적뿐만 아니라 시민적인 기적이 일어나기 전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탈리아는 노동에 기반한 민주 공화국이다…’로 시작하는 헌법 제1조 1항이 대단한 것입니다. 그 당시에는 노동에 기반한 사회가 아니었는데 미래에 이루어지기를 염원하는 비전을 품은 조항이었던 것입니다. 최근 몇십년간 이루어 냈던 것을 몇년만에 다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사회자: 동의합니다, 교수님.

대표님, 지금은 심각한 에너지 위기로 모든 것이 인상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나라에서 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고 긴급히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파스콸레 트리디코: 정확한 말씀입니다. 현재 30%의 노동자의 월급이 1,000 유로를 넘지 않습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고강도의 노동을 하면서 5~9 유로(7천원~1만 3천원)의 시급을 받습니다. 4천 5백만 명의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자들이 이런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노동 시간에 비해 공평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단지 사회적 빈곤의 차원만으로 볼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사회 경제 시스템이 노동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국민지원금 등이 모두 노동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노동임금이 적다면 연금도 적고 구직자를 위한 취업지원수당도 적을 것입니다. 우리는 일하지 않고 살 수 없습니다. 돈을 잘 버는 직업을 가져야 살 수 있습니다.


사회자: 낮은 임금의 직업군에 대해 궁금하실 텐데요. 숙박업과 요식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64.5%, 건설업 종사자 31.7%, 농업 30% 상업 27.5%(출처: Eurostat e Ministro Lavoro e Politiche Sociali 유로스탓, 노동과 정치사회부)입니다.

대표님, 어째서 관광산업인 숙박업과 요식업 노동자들이 64.5%나 되는 비율로 낮은 임금을 받고 있을까요?


파스콸레 트리디코: 이것이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완전히 모순적인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중심산업이 바로 Made in Italy 요리와 관광으로 이루어진 미식 관광이라고 자부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제공하는 훌륭한 상품의 질뿐만 아니라 이를 위해 기여하는 노동자의 삶도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가치를 지니도록 해야 합니다.

오늘날에는 조직의 관리와 정책이 거둬들인 이윤이 잘 배분되도록 공평한 임금을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너무나 많은 노동조합의 단체협약에서 최저임금의 소셜 덤핑에 이르는 것은 용납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습니다. 통계적으로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을 받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협상이 필요한 상황에서 불행히도 노조의 입장에서 대변할 수 있는 적절한 대표가 없거나 부족한 지역이나 노동 환경에서 협약을 맺게 되기 때문입니다. 노조가 없을 때는 낮은 임금과 부적절한 노동환경에 처하게 됩니다.


사회자: 매우 분명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올 여름에 식당 주인과 종업원 간의 견해 차이에 대한 논쟁이 있었는데요. 식당 주인들은 청년들이 게으르며 일할 의지가 없다고 하고 청년들은 주인들이 임금을 너무 적게 준다고 했습니다. 조금 후에 이 두 의견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이 논쟁에 대한 기사 제목들을 보면 “일할 사람을 찾을 수 없다. 아무도 더 이상 주방에서 일하려 하지 않는다”, “25만명 부족: 요리사와 서빙 종업원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식당에서 일할 사람이 없다: 기본소득의 참패” 등이 있습니다. 식당 종업원이 25만명이나 부족한 이런 위기 상황의 이면에는 많은 스토리와 실망, 분노가 있으므로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함께 고민해 보시겠습니다.


[다양한 주장] 식당 주인: “토요일과 일요일도 일하나요?” 저는 이런 질문을 들으면 피가 거꾸로 솟습니다. 이 지역에서 가장 멋진 식당의 서빙 종업원으로 지원하면서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일하는지 묻다니요. 달나라에서 왔나요? 생각이 있는 건가요? 가장 중요한 영업일에 일하지 않으면 식당 운영이 될까요? 처음에는 화를 내곤 했지만 지금은 포기했죠. 지쳤어요.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면서 “당연하죠. 토요일과 일요일도 일하죠”라고 힘주어 답합니다. 이렇게 답하면 게으른 사람들은 바로 도망간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일반적으로 이런 사람들은 기본소득(정부지원금)을 받고 있습니다. 휴일에 일하는지를 묻는 질문이 가장 저를 화나게 하지만 다른 질문들도 있습니다. “근무시간이 몇시까지입니까?”, “근로계약을 체결합니까?”, “급여명세서 상으로 추가근무수당이 지급됩니까?”, “저는 서빙만 하면 될까요? 아니면 청소도 시킵니까?” 이런 질문들을 들으면 저는 이 일을 정말 하고 싶은 지 묻고 싶지만 직원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함부로 답할 수는 없습니다. 면접 시간을 잡아 놓고 오지 않기도 하고, 5일 정도 일한 후 너무 힘들다며 그만두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일할 수는 없다고, 이렇게 사는 것은 사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요. 그럼 이렇게 살고 있는 우리는 뭡니까? 우리 가족은 항상 이렇게 살아왔고 이 식당에서 시작해서 이 지역에서 성공했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식당 종업원으로, 아버지는 주방 보조로 시작하셔서 미친듯이 일하셨지만 행복하셨어요. 휴일이나 야간에 추가근무가 있다고 항의하지 않았습니다. 비정규직이었으니 추가근무수당도 없었죠. 부모님은 엄청난 고생을 하시면서 매년마다 조금씩 모은 돈으로 식당 창업의 꿈을 이루었고 우리 자녀들은 여기서 자라면서 14살도 되지 않았을 때부터 서빙을 시작했습니다. 할 일이 있으면 하고, 시간을 보지 않고 그날의 일이 끝날 때까지 일하고, 급여명세서를 받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 게 여기서 일하는 방식입니다. 그렇게 해서 전기, 가스, 세금, 사회보장기여금 등의 비용을 지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저는 식당이 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회자: 식당 주인이 바라는 것은 망하지 않는 것입니다. 잠시 후에 종업원의 입장에서도 이야기를 들어볼 텐데요. 대표님께서는 이 식당 주인의 이야기에서 강조하고 싶으신 게 있을까요?


파스콸레 트리디코: 제 생각에는 분명한 것은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통계적인 수치부터 시작합시다. 2021년과 22년에 최근 15년 동안 최고로 많은 기간제 근로자 고용을 기록했습니다. 기간제 근로자의 구인이 어렵다고 하지만 실제 등록한 근로자 수는 기록적으로 지난 10년 대비 올해 10%, 작년에는 18%가 증가했습니다. 그러니 실제적으로는 농업과 국내 생산 부문 등에서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이 많이 증가했습니다. 팬데믹 이후 지난 1년간 10만 명의 저임금 근로자들이 새로 등록했습니다. 이렇게 여러 이유로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많은 근로자들이 신고되었다는 것은 최근 몇년간의 복지 정책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로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모든 선진국들의 노동 환경, 노동 조건이 변화했습니다. 이제 우리 청년들, 근로자들은 공공부문이든 민간부문이든 더 나은 것을 기대하고 더 나은 환경을 원합니다. 지금은 같은 노동이라도 더 높은 임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식당 종업원의 예를 들면 2019년과 같은 환경에서 같은 시간을 일하고 같은 급여를 받으면서 마스크를 써야 하며 질병의 위험에 더 노출돼 있습니다. 그들에게 다른 급여의 기준이 적용돼야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사회자: 기본소득 때문에 구인이 안된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아니면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입니까?


파스콸레 트리디코: 그건 완전 사기입니다. 통계 수치와 전혀 맞지 않습니다. 다시 반복해서 말씀드리지만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이 2021년과 22년에 가장 많았습니다. 기본소득은 가족 전체의 수입을 고려하여 제공되므로 개인이 일할 의욕을 꺾지 않습니다. 우리는 개인에게 지급하지 않습니다. 그룹에게 지원되므로 개개의 근로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한 그룹에게 560 유로(80만원 상당)가 지원됩니다. 한 그룹은 평균적으로 2.6명이므로 한 명당 215 유로(30만원 상당)가 되는데 이것이 있다고 취업의 기회를 놓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사회자: 아주 분명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교수님은 어떠신가요?


브루니 교수: 어떤 이데올로기이든 완벽하게 가난한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다른 기능은 없고 갈등을 일으키는 기능만 합니다. 하나의 빈곤을 다른 빈곤에 대한 위협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절대악입니다.


사회자: 이번에는 작년 여름에 식당에서 서빙하는 일을 그만두고 다시는 돌아가지 않기로 한 종업원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다양한 주장] 식당 종업원: 제가 바로 그 서빙 종업원을 더는 하지 않겠다는 게으른 사람입니다. 일할 직원을 찾지 못하는 이탈리아의 가난한 식당 주인들을 망하게 하는 그 직원입니다. 하지만 제 말은 일한 대가를 제대로 지불해 달라는 것입니다. 근로계약서를 쓰자는 것입니다. 처음에 약속한 것을 지키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직원은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면접 때마다 속습니다. 처음 이야기는 항상 같습니다. 근무시간은 10시~14시, 19시~23시 서빙, 주 5일 근무(주말 근무 포함), 주 40시간, 900 유로(130만원 상당)와 팁입니다. 그러나 계속 이 일을 한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죠. 언제나 일은 23시 이후에 끝나고 자주 근무시간 전에 미리 해야 할 일이 있으며 추가 근무도 해야 하죠. 그리고 빵바구니 청소 같은 다른 일들도 시킵니다. 계약한 대로 40시간을 일하는 경우는 결코 없습니다. 나라에 돈을 선물할 필요가 있냐고 우스개 소리를 하며 근로시간을 25시간만 신고하고 나머지와 추가근무수당은 비과세로 주겠다고 합니다. 저한테도 그게 이익이라고 하면서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일한 시간만큼 신고하지 않으면 연금 납부금이 너무 적어서 나중에 제대로 된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일하게 될 것이고 일요일 포함 주 6일을 일하게 될 것이 너무 뻔하다는 것을 이 일을 오래 한 사람들은 다 알기 때문입니다. 한 달에 1,100 유로(160만원 상당)와 비과세로 추가근무수당을 받기 위해 허리가 휘도록 일하면서 아이들은 할머니에게 전일 맡기고 궁핍하고 찌질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지금 이탈리아에서 1,100 유로로 집세와 청구서 요금을 내고 5세 아이를 어떻게 기릅니까? 항상 헉헉대며 살아야 합니다.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제 주변의 많은 친구들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함께 뭔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계속 가난하더라도 노예는 아닐 겁니다.


사회자: 교수님, 그런 환경에서 일하기를 거부하는 청년들은 게으르다기 보다는 반항하는 것일 텐데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으니 도피를 선택하는 것일까요?


브루니 교수: 저는 청년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30년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직업을 바꿨을 것입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조금 새로운 ‘68년 혁명’ 속에 있으며 청년들은 부모들의 세상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환경 문제에서 그레타 뿐만 아니라 ‘프란치스코의 경제’에서도 그전 세대에서 많은 것들을 잘해왔지만 다른 많은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전에는 부모가 하던 일을 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더 복잡합니다.

잠깐 한 일화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조카가 올해 처음으로 호텔에서 방청소를 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후 휴가를 가서 호텔에 묵을 때 자기자신이 투숙객으로서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합니다. 노동은 세상을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게 합니다. 다른 방향에서, 무대 뒤에서 보게 해줍니다. 그러니 일하면서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사회자: 서빙 종업원이 중요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금 비과세로 급여를 받으면 연금 납부금이 적어서 나중에 받을 연금이 적어진다는 것이죠. 그러니 이것은 불법일 뿐만 아니라 불안해하는 청년들의 미래를 짓밟는 것입니다.


파스콸레 트리디코: 이것은 분명히 사회계약을 어기는 것입니다. 세대간 균형과 노동기간에서 노동 후 기간으로의 이동 즉 연금 기간은 사회계약과 노동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즉 노동 덕분에 연금을 받게 됩니다.

관광산업은 GDP의 거의 14%에 달하며 이것은 건설산업보다 높습니다. 1960년대에는 그 비율이 훨씬 낮았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문제들이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다른 산업들의 비율이 높았는데 그 부문의 노동환경이 나아졌고 근무시간이 줄었으며 임금도 높아졌습니다. 자본주의의 역사는 그렇게 점점 발전하면서 사회적으로 잘못된 것들을 혁신해 왔습니다.


사회자: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중도우파에서 연금 개혁에 대한 의견을 제안했는데 대표님께서는 어느 정도의 변경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파스콸레 트리디코: 만약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2023년에는 중요한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으로 국민연금 비용이 230억 정도 증가할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이 8% 상승했으므로 공공재정이 큰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저는 정치에는 관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기술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지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회자: 어떤 변경안을 제안하십니까?


파스콸레 트리디코: 저로서는 유연적인 모델을 제안하고 싶은데 강도 높은 노동과 그런 노동을 하는 근로자들이 보상 받을 수 있게 하는 것과 취약노동자들의 연금 지급 시기를 앞당기는 등 제도 안에서의 변경입니다.


사회자: 감사합니다, 대표님.

앞에서 이야기한 종업원은 뭔가 다른 일을 하겠다고 했는데요. 이탈리아의 청년들이 어떤 새로운 것들을 하고 있는지 조금 후에 보겠습니다.

청년들이 노동에 부여하는 가치와 의미,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반하는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교수님, 자신이 하는 노동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노동이 더 이상 사회적 상승 효과를 지니지 못하기 때문일까요? 매달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일할 뿐 이제는 사회경제적 신분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브루니 교수: 40년 전이라고 해서 지금보다 더 쉽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지난 세대에서 건설한 ‘희생’ 이라는 단어인데 지금은 좋아하지 않는 것입니다. 노동은 여러가지로 정의 내릴 수 있지만 힘이 든다는 것입니다. 노동은 자기실현이며 자기를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힘이 드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문화에서 힘든 것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기업은 단체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할 줄 알고 규칙을 지키며 일할 수 있는 덕을 지닌 근로자를 필요로 하지만 생산된 제품은 항상 감정을 자극하는 즐거움을 찾는 청소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근로자는 성인을 원하면서 소비자는 청소년을 원하므로 장기적으로 볼 때 지속가능성이 없는 것입니다.


사회자: 청년들의 선택은 자주 이런 흐름에 반해 가기도 합니다. 좀더 여유 있고 자율적인 기업 방식을 선택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함께 볼 기사 제목들은 얼마나 많은 이탈리아의 청년들이 귀농하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35세 이하의 청년들이 농업으로 창업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Coldiretti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보다 1만 9천여명의 청년들이 귀농했습니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산속으로 가서 창업한 2명의 청년을 만나보았습니다.



Claudio Salciccia(클라우디오 살치차): 우리는 여기서 자연의 손 안에 있습니다. 자연이 결정하고 자연이 일을 진행할지 말지를 알려줍니다. 저는 이렇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에 대해 불만은 없습니다. 우리가 직업을 바꾼 것은 우리의 꿈이었습니다. 이런 자연 안에서 일하는 것이 우리의 꿈이었습니다.


Ilaria(일라리아): 여기는 Pratomagno(프라토마뇨)산의 해발 1,200미터에 있는 ‘마법의 숲’ 농장입니다. 우리는 감자와 밤을 생산합니다.


클라우디오 살치차: 밤나무는 일반적으로 800미터를 넘지 않습니다. 300~400년을 건강하게 자라는 나무들은 너무나 멋집니다. 너무나 환상적이어서 이 숲에 오면 마음이 활짝 열립니다.


일라리아: 우리 농장에서는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온 마음 다해 하고 있는 이 일을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이 산을 다시 살리고 싶어서 우리의 삶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클라우디오 살치차: 일라리아와 저는 전 직장에서 넉넉한 급여를 받고 있었지만 일하면서 우리가 진실된 뭔가를 잃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라리아: 그래서 우리는 직장을 그만두고 우리의 마음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원하는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클라우디오: 농장 일은 당연히 육체적으로 더 힘들지만 안에서 나오는 힘으로 모든 것을 극복하게 됩니다. 하루 일을 끝내고 몸은 지쳤지만 머리 속에는 하고 싶은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하며 집으로 들어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합니다.


일라리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이 시간에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다는 게 너무나 큰 행운입니다.


사회자: 이 청년들은 마음이 가는 일을 한다고 합니다. 대표님, 이런 방향의 전환은 유행일까요? 아니면 실현가능성이 있는 기회로 볼 수 있을까요? 현실로부터의 도피일까요, 아니면 사고방식이 변한 걸까요?


파스콸레 트리디코: 팬데믹은 큰 쇼크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큰 쇼크 후에는 경제 주체인 기업과 노동자들의 행동방식과 선호도 등이 변화됩니다. 한편으로는 디지털화로 재택근무, 스마트워킹 등이 이루어지며 다른 편으로는 자연과 자신만의 시간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있어서 그전과는 완전히 다른 선택을 하게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팬데믹은 도심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도 더 자유로운 환경, 맑은 공기의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두 가지 모두 이해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사회자: 제 생각에는 자신의 뿌리로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한데요. 교수님, 우리 ‘빵과 물고기’에서는 언제나 더 나은 새롭고 지속가능한 경제의 가능성을 보여주려 하는데 자주 과거를 돌아보며 우리의 전통과 뿌리를 재발견하고 자연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브루니 교수: 예. 그렇습니다. 식물의 뿌리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나무는 과거일 뿐만 아니라 현재이며 미래입니다. 유럽의 뿌리는 중세시대인 것처럼 생각하기도 하는데 현재와 연결된 것입니다. 과거는 뿌리이자 삶입니다. 먼 과거를 기념하는 것 뿐만 아니라 과거에 대해 자유롭고 미래를 향한 재발견일 때 유용한 자원이 됩니다.


사회자: 그러면 우리의 짧은 과거로 돌아가 봅시다. 오늘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들은 복음에서 예수는 첫 제자들을 어부들 중에서 뽑았는데 오늘날이라면 어디서 제자들을 뽑을 것이라고 보십니까?


브루니 교수: 더 많은 잠재적 제자들에게 부르심이 전달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이 거룩하고 종교적인 장소에서만 선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예수의 메시지를 다양한 언어로 전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부르심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탈리아 가수인 Ivano Fossati(이바노 포사티)는 한 아름다운 노래에서 사랑을 죽은 언어로 말하지 말라고 합니다. 저는 오늘날 복음을 전하는 방법이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복음이지만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전해야 합니다. 예수는 그 당시에 놀라운 비유를 들며 혁신적으로 말하고 기적으로 사람들을 매료시켰습니다. 우리도 복음을 전하는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 ‘빵과 물고기’ 프로그램도 복음을 혁신적이고 다른 방법으로 전하고자 합니다. 예로부터 이어진 신앙을 새로운 방법으로 전하려 합니다.


사회자: 프로그램을 마치는 말씀으로 결론을 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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