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의 가치 [Pani e Pesci 빵과 물고기]
마태오 복음 25:14-30 탈렌트의 비유
브루니 교수: 일반적으로 미사의 강론 중에는 다섯 탈렌트를 받아서 잘 활용하여 다섯 탈렌트를 더 벌었던 성실한 첫번째 사람이나 두려운 나머지 한 탈렌트를 받아서 땅에 숨겨두었던 세번째 사람을 기억합니다. 여기서 탈렌트는 돈입니다. 저는 오늘 일반적으로 언급되지 않는 두번째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합니다. 탁월한 엘리트인 상위 그룹이나 하위그룹이 아닌 중간 그룹에 속한 두번째 사람은 인생의 열쇠와 같은 존재로 아주 소중한 윤리적 메지시를 줍니다. 그는 두 탈렌트를 받아서 첫번째 사람을 보고 따라하며 노력합니다. 세번째 사람처럼 용기를 잃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그가 받은 두 탈렌트를 가지고 다섯 탈렌트를 받은 사람처럼 노력했습니다. 우리는 인생에서 항상 첫째가 될 수는 없습니다. 항상, 어디서나 첫째가 될 수는 없습니다. 저도 제 친구나 동료가 어디서든 일등만 한다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최상위층은 몇 안 되며 지구촌 전체에서는 그 숫자가 더 적어집니다. 세계화로 최상위층의 범위가 줄어들고 두번째, 세번째 그룹이 늘어났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두번째 그룹에 속하며, 어느 정도의 탈렌트를 가지고 있지만 가장 우수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매일 나의 에너지를 나보다 위에 있는 사람들을 시기하면서 좌절할 것인지 또는 내가 가진 탈렌트를 열정적으로 잘 활용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그런데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시기를 조장합니다. 좌절한 사람들은 과소비를 하게 되어 GDP가 성장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역사회, 기업, 학교에서 삶의 질은 90%인 중간 층의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부와 웰빙, 행복은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의 선택에 따라 좌우됩니다. 지금 성장하고 있는 기업, 지역사회에서는 모두가 승자가 되고 성과를 내어 첫째가 되려 하면서 더 시기하고 좌절하도록 몰아갑니다. 그러므로 훌륭한 관리자(경영자, 매니저)는 모든 노동자를 신뢰하며 존중하고 경청해 주어서 각자가 자신이 지닌 탈렌트가 공동선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여기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좌절을 협력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나보다 낫거나 나와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는 것이 시기의 유혹에 대한 진정한 대안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자: <왜 경쟁과 성과주의가 교육의 중심에 있는가>라는 신문기사 제목이 있습니다.
브루니 교수: 지금은 성과주의라는 새로운 유행, 새로운 이데올로기의 시대로 하나의 종교가 되었습니다. 성과라는 좋은 단어를 쓰면서 불평등을 윤리적으로 합법화하는 위험이 있습니다. 성과주의는 가장 공정한 분배의 형태로 시작되었지만 취약한 사람들을 배제하는 좋은 방법이 되고 있습니다.
Stefania Auci 스테파니아 아우치(팔레르모 직업전문학교 교사이며 <시칠리아의 사자>*, <사자의 겨울> 베스트셀러 작가): 예. 맞습니다. 모두가 같은 시작점에서 출발한다면 성과주의는 좋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자원이 부족한 가난한 가정이거나 언어 장애가 있거나 할 때는 출발점이 다릅니다. 사회적, 심리적,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는 학교 생활과 직장 생활에서도 시작부터 장애물을 만나게 됩니다.
*40여개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로 제작됨
사회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성공하셨는데 계속 교사 일을 하고 계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우치: 저에게는 너무 당연한 건데 사람들이 그런 질문을 한다는 게 놀랍습니다. 단지 성공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하던 일을 계속 할 수 없다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2022년에 11세~17세 중고생들 89,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하였습니다. 15세 중고생들 중 60~78%가 학교 생활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고, 전체 학생들 중 학교 생활을 좋아하는 학생은 13%였습니다. 교사들이 자신에게 신경을 써준다고 느끼는 학생은 49%였습니다.
아우치: 저는 15~16세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13%의 학생들이 학교 생활에 만족한다는 이 결과는 너무 긍정적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과제와 점수 등으로 점철된 현재의 교육 환경에서는 배움의 기쁨을 잃는다고 합니다.
브루니 교수: 여기서도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시장의 논리를 적용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성장하고 있는 열네살의 학생은 학교에 가기 싫어도 가야죠. 지금은 시장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되는 세상이어서 학교도 열네살 학생의 취향에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교육에는 학생이 좋아하지 않더라도 책임, 노력, 희생을 배우는 것도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교사들도 계속 공부하면서 시대에 맞춰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다양한 주장] 교사 1: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가지려면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그 방법은 공부를 잘하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내야 미래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우리 학교는 우리 나라의 리더들을 양성해 왔습니다. 세상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뛰어난 능력을 가지도록 훈련시킵니다. 성공 후 많은 이들이 크게 만족하며 저에게 와서 감사하고 있으며, 지금 제가 교육하고 있는 학생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사회자: 이탈리아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 이렇게 훈련 받은 매우 우수한 청년들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브루니 교수: 이탈리아 역사상 학교는 공동체였지 엘리트를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학교가 귀족계급을 양산해야 한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입니다. 엘리트만이 아니라 많은 수의 학생을 양성하면서 학교는 성장하게 됩니다. 성과라는 단어는 몬테소리나 밀라니 등의 교육자의 제자들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학교 현장으로 들어온 비즈니스 컨설턴트에게서 나온 것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이탈리아의 학교가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습니까? 언제부터 미래의 성공과 직업을 위한 최고의 성적만을 찾게 되었습니까?
아우치: 먼저 앞에서 이야기한 교사의 말에 반 정도는 동의한다는 말씀을 잠깐 드리겠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힘들게 공부하려 하지 않고 만족감을 찾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학교는 기업이므로 등록된 학생 수가 많아야 운영이 됩니다. 학생들을 유급시키지 않고 잘 돌보면서 도자기 공예 같은 과목을 넣으면 더 많은 학생이 등록합니다. 그런데 이런 학교가 좋은 학교일까요? 어떤 부모는 세상에서 빛나는 별이 될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는 엄격한 학교를 찾기도 합니다. 무한한 공간인 하늘에 비해 별은 적으므로 모두가 성공적인 경력을 쌓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제가 요즘의 학교에서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학생들이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경험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40점을 받은 후 그 실패를 딛고 60, 70, 80점까지도 도달할 수 있다는 정신이 부족합니다.
90년대부터 학교는 기업 내에서 일할 인재들을 양산하면서 기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주장] 교사 2: 부모님들은 자녀들을 숨막히게 하지 말아주세요. 숨 쉴 수 있게, 실수도 하면서 성장할 수 있게 해주세요. 저와 상담하러 오게 되면 놀라거나 걱정하시거나 또는 언어 영역에서 40점을 준 것에 대해 항의하시면 저는 정말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어른들의 근심과 기대가, 자녀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고 항상 더 부정적인 미래에 대해 말하면서 항상 최고의 점수를 기대하는 어른들의 세계가 자녀들을 짓누르고 있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어린이집부터 대학교까지 자녀들의 미래를 미리 결정해 놓은 부모와 점수만을 유일한 평가기준으로 삼아 경쟁시키는 교사들, 학교는 최고의 성적으로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 대기업 취업 성공만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해내지 못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우울증과 불안증, 공황발작을 일으키거나 학교 생활을 포기하는 것에 놀랍니까?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이런 상황에 처해 있습니까? 청소년 자살과 낮은 점수를 받은 후 학교 안에서까지도 자살시도가 일어납니다. 아직도 이해하지 못합니까? 저는 제 반에서 행복하지 않은 아이는 원하지 않습니다. 시험 점수나 기말 평가는 저도 기준에 따라서 해야 하겠지만 아이의 행복이 먼저입니다. 취업과 좋은 직업, 돈을 벌고 성공해야 한다는 걱정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찾고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발견하면 행복하며, 오늘 행복한 아이가 내일도 행복합니다. 교육은 내면에 있는 것을 끄집어 내는 것입니다. 저는 우수한 아이나 덜 우수한 아이들, 평범하거나 특별한 아이들이 내면에 가지고 있는 것을 꺼낼 수 있도록 교육합니다.
사회자: 성공, 성과, 우수한 성적 등은 청년들의 스트레스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까?
브루니 교수: 청소년들은 각기 다른 성장 속도로 다양한 면에서 우수함을 드러내는데 오늘날에는 우수함이 성적이라는 한 가지 면으로 축소되었기 때문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종합적인 예술처럼 더 느리지만 더 멋지게 피어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업으로써가 아닌 몇 천년간 배워왔듯이 공동체를 돌보는 경영을 해야 합니다.
사회자: 이탈리아에서 2021년에 109,725명의 고등학생이 학교를 그만두었다는 교육성과부의 자료가 있습니다.
브루니 교수: 이 데이터는 GDP 보다 현재 우리 나라의 상황과 미래를 알 수 있는 더 중요한 수치입니다.
아우치: 제가 학교에서 경험하는 바로는 경제적인 문제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남학생이 16살이 되면 일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유급을 했거나 두번째 유급을 하게 되면 학교에서 챙기기 어려워지고 그렇게 되면 스스로 알아서 길을 찾아야 해서 기술학교로 가기도 합니다. 학교를 그만두는 상황은 아이들을 챙기고 길을 제시하지 못한 학교의 책임도 있습니다.
로마 보르고 돈보스코 살레시오 기술교육센터
Alessandro Chiorri(알레산드로 키오리): 이 센터는 1948년에 전쟁 고아들을 대상으로 로마 외곽에서 시작했습니다.
Don Giuliano Giacomazzi(줄리아노 자코마치 신부): 돈보스코 성인이 아이들을 모아서 일을 가르치며 존엄을 되찾아 준 것을 계속해 가고자 합니다.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일탈하거나 범죄 등에 빠지지 않고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이미 그런 어려운 경험을 한 청년들도 있습니다.
Francesco Pontone(프란체스코 폰토네): 저는 17살이고 로마의 열악한 마을에서 자랐습니다. 한 아이가 태어나서도 안 되고 자라서도 안 되는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나쁜 길로 들어서게 되기 때문입니다. 저를 담당한 사회복지사 덕분에 이 학교에 오게 되었고 이 학교는 제가 삶에서 옳다고 여기는 중요한 선택을 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이 학교 뿐 아니라 사랑은 이런 선택을 할 때 많은 도움을 줍니다.
알레산드로 키오리: 이 청년들은 자신들이 선택할 수 없었거나 다른 것을 해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여기서는 청년들에게 그 기회를 줍니다. 전문기술교육이기도 하지만 양성과정입니다.
줄리아노 자코마치 신부: 아이들이 지닌 재능과 성향을 보고 도구를 제공해서 각자에게 보물이 될 수 있도록, 자기 자신에 대한 발견뿐 아니라 유산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인생에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내고 일을 시작합니다. 노동하면서 자립하게 된 청년들은 자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Simone Cosentino(시모네 코센티노): 저는 33세이고 12년간 일한 후 제 꿈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제 꿈은 다른 청년들처럼 큰돈을 벌거나 하는 유토피아적인 것은 아니었고 소박하게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었는데 잘 돼서 3년 만에 주식회사가 되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정말 많은 실패가 있었지만 열심히 노력한 결과 지금은 작지만 제 회사가 있습니다.
사회자: 작은 회사의 꿈과 행복한 미소가 감동적입니다. 이런 미소를 얻는 과정에 함께 한 교사는 얼마나 뿌듯할까요?
아우치: 정말 뿌듯할 것입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해도 된다면 이탈리아는 병에 걸렸습니다. 모든 것을 전공학과로 만드는 병입니다. 고전적인 학문들인 과학이나 인문학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에서 만든 전공학과들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 듭니다. 오히려 전문적인 기술을 배우면 되는 것들입니다. 학문보다는 단지 전문적이고 실제적인 기술이 필요한 것들이 있는데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기술교육과 직업을 존중하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우리 경제에서 필요한 건 이런 기술자들입니다.
브루니 교수: 돈보스코 성인은 모든 청년에게서 잘하는 것을 찾아내었고, 이런 살레시오회의 영성은 놀랍습니다. 누구에게나 잘하는 것이 있으며, 그것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시야는 흐려져서 공부를 잘하는 지 만을 보게 되었습니다. 영어를 잘해서 넥타이를 매고 전세계를 다니는 것을 우수하다고 여기면서 불행히도 손을 움직이는 놀라운 기술적 재능은 보지 못합니다.
출처: 탈렌트의 비유와 평범함의 가치 [Pani e Pesci 빵과 물고기 - L'ECONOMIA DEL VANGELO 경제와 복음] 2023.10.21 TV2000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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