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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당신을 그리워할 겁니다, 실바노!


지난 4월 14일 저녁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실바노 잔티(Silvano Gianti)를 추모하며 - EoC 협동조합 컨소시엄 네트워크인 타사노 그룹*과 수년간 협력해온 그는 EoC의 중요한 친구였다.

“우리는 그의 너그러운 봉사 정신과 가장 가난한 이들을 향한 열정, 꾸밈없는 그의 진정성을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루이지노 브루니(Luigino Bruni)의 글

2020년 4월 15일 『모두를 위한 경제, EoC』 국제 웹 사이트에 게시

저는 여러 해 전에 실바노를 알게 되었는데, 비록 우리가 서로 자주 연락하지는 못했어도, 늘 우리는 아름다운 우정을 지속해왔습니다. 실바노는 여러 특징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내면을 깊이 통찰할 수 있는) 매우 총명한 사람이었고, 수줍어하면서도 섬세하고 아주 세련된 유머 감각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는 저에게 글을 쓰는 일이란 어떤 기술적인 작업도, 학문적인 연구도 아니라는 점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실바노는 문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어떤 학문적인 양성을 받은 것도, 창의적인 글쓰기에 대한 어떤 강좌에 등록해 그 과정을 밟은 것도 아니었지만, 글을 잘 쓸 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그에게 있어서 글쓰기란, 단지 어떤 펜(pen)대의 움직임이나 개인용 컴퓨터(PC)를 통해 이루어지는 행위가 아니라, 마음의 움직임이었고, 매우 단순한 열정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는 자신이 살과 피로 직접 겪는 일을 ‘잉크’로 삼아, 그 체험의 잉크에 펜을 찍어 써 내려가는 과정입니다. 그렇게 글을 쓰지 않는다면, 그저 바람 같이, 입김 같이 스쳐 지나가는 공허한 허영만을 생산하는 것에 불과할 것입니다.


실바노는 자신의 삶에 대해, 또 그가 매일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 우리에게 이야기해 주는 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실바노는 그가 살고 있던 도시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주의 깊게 주변을 살펴보고, 삶의 현실을 보곤 했습니다. 그러고 난 후에야 비로소 글을 쓰곤 했기에 그의 글에는 온통 삶이 묻어 있었습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도 그는 모든 이들에게 이야기를 하곤 했고, 또 모든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여기에는 가난한 사람들도 포함되는데, 그는 가난한 사람들의 절친이었습니다. 그 자신이 그들처럼 가난했기 때문입니다.

실바노, 당신은 여전히 계속해서 우리에게 이야기해 줄 것이지요. 네, 당신은 계속 이야기할 것입니다.

안녕, 실바노! 이제 하늘에서 하느님께서 미소 지으실 수 있도록, 또 성인(聖人)들도 미소 지을 수 있게 해 드리세요. 하느님께서, 또 성인(聖人)들도 실바노에게 고마워하실 것입니다. 우리도 실바노 당신이 이곳 땅 위에서 우리에게 선사해 주었던 아름다움과 기쁨에 대해 고마워할 것입니다.


* 타사노 그룹 (Gruppo Tassano)

이탈리아 북서부 제노바(Genova) 시, 카사르차 리구레(Casarza Ligure)의 "사회적협동조합들의 컨소시엄 네트워크". 여러 가톨릭운동단체나 교구와의 협력 활동을 통해,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의 작업장 운영과 지역 교육자들의 교육 프로젝트 지원, 사회적기업들의 인큐베이터로서의 역할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1989년부터 "주는 문화"(the Culture of Giving)에 기반한 기업 운영의 철학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기업들의 그룹을 형성해오다가, 1991년 “모두를 위한 경제, EoC”에 가입했다. 1997년 리구리아, 토스카나, 에밀리아 주州에서 활동하는 사회적기업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타사노 컨소시엄"을 설립한 이후, 2006년 카사르차 리구레(Casarza Ligure) 산업 지대로 본부를 옮겨 컨소시엄 운영과 각종 활동을 해왔다.

2007년부터는 일반 주거 시설 운영 및 노인 복지와 장애인 복지 시설 운영 지원, 심리 치료 지원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2015년 다양한 프로젝트 관련 아이디어들을 모아, 각 컨소시엄의 여건에 따라 실현하도록 인큐베이션 등을 지원하는 현재의 타사노 그룹(Gruppo Tassano)이 설립되었다.

타사노 그룹 웹사이트: http://www.gruppotassano.it/


* 실바노 잔티 (Silvano Gianti, 1957~2020)

이탈리아 북서부 리구리아 주州 제노바(Genova)의 실업자들을 돕는 비영리 단체인 『형제애의 도시 Città fraterna』에서 일했고, EoC 사회적협동조합들의 컨소시엄 네트워크인 타사노 그룹(Gruppo Tassano)의 여러 프로젝트와 활동을 위해 수년간 협력해왔다. 그는 가톨릭 쿠네오 교구 주간지 《라 구이다 La Guida》지誌에 1978년부터 40여 년간 기고해왔고, 포콜라레운동의 잡지, 《치타누오바 Città Nuova》지誌와도 협력해왔다. 피에몬테 주州 쿠네오(Cuneo) 출신으로 포콜라레운동에서 공동체 생활을 시작한 후, 로마, 쿠네오, 제노바, 밀라노 등지에서 포콜라레 생활을 했고, 특별히 빈민들을 위한 여러 활동에 활발히 참여해왔다. 그 일환으로 《시민권이 없는 이들 Senza diritto di cittadinanza》 (치타누오바 출판사)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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