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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경제, EoC와 공유경제?

‘공유경제’라는 용어는 포콜라레운동Focolare Movement이라는 가톨릭 영성운동 단체에서 1991년부터 사용해온 말이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이 운동의 창설자 끼아라 루빅Chiara Lubich 여사가 1991년 브라질을 방문하면서, 그곳의 극심한 빈부격차의 현실을 보고, 제안했던 ‘Economia di Comunione’라는 이태리어 표현에서 유래된 말이었다. (영어로는 Economy of Communion) 한국 포콜라레운동은 이 말을 ‘공유경제’로 번역해, 1991년부터 20여 년 가까이 대내외적으로 사용해왔고, 지난 2011년에는 그 발생지인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20주년 총회에 한국 대표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이 총회에 참석해 감명을 받았던 한 참가자는 이듬해인 2012년 『공유경제 - 나눔의 경제학』라는 책을 번역, 출간하기도 했다.


그런데 근년에 ‘공유경제’라는 용어를, 자동차나 숙박 시설, 각종 부동산 등을 서로 공동으로 쉽게 나누어 쓸 수 있게 해 주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sharing economy’의 뜻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게 되었다. 경제 기사에 이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공유경제’ 관련 서적들도 번역, 발간되고 있다. 물론 sharing economy도 재화의 공유를 통해 공익과 공동선共同善을 증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향후 새로운 경제 트렌드로 주목받을 만하다. 하지만, 포콜라레운동에서 추구하는 이 용어의 본래 의미와는 다르므로, 혼동을 피하기 위해, 한국 포콜라레운동은 이 용어를 바꾸기로 했다.

이 용어는 현재 국제적으로 영어 ‘Economy of Communion'의 약형인 EoC로 종종 표기하고 있다. (www.edc-online.org/en) 그동안 이 용어의 우리말 새 번역에 대한 여러 제안이 있었다. ‘친교의 경제’, ‘나눔의 경제’, ‘관계의 경제’, ‘신뢰의 경제’, ‘상생 경제’, ‘일치의 경제’, ‘사랑의 경제’ 등……. 그러나 우리말 한두 단어로 그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Communion이라는 말 자체가 우리말로 간단히 옮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Communion은 친교, 나눔, 공유, 일치 등 여러 뜻으로 번역될 수 있고, 가톨릭 교리에서는 삼위일체인 성삼위 하느님의 세 위격 사이의 영원한 나눔과 친교, 소통을 communion이라고 한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聖體를 받아 모시는 행위인 영성체領聖體도 communion이다. 곧, 피상적인 친교와 나눔, 소통을 넘어서는 근본적인 나눔과 깊은 일치의 관계를 지향하는 말이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우리말 한 단어로 옮기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선 영어 약형인 EoC로 공식 표기하면서, 우리말 설명이 필요한 대목에서는 ‘모두를 위한 경제, EoC’로 풀어 쓰고자 한다. 이는 “신자들의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 그들 가운데에는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사도 4,32-34 참조)라는 초대교회 공동체의 모습을 상기하고자 했던 포콜라레운동의 창설자 끼아라 루빅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가난한 이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가난한 이도, 부자도 배제되지 않는 경제, 궁극적으로 모두에게 이롭고 모두가 더불어 사는 경제, 모두를 위한 경제가 EoC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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