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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 사랑이 있을까? 아가페 경제학에 묻다



Is there love in economics? Asking to the “Agape” Economics


이가람 (건국대학교 산림조경분야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연구원, garamish@gmail.com)


근대 이후의 경제학은 오랫동안 이성과 합리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고, 특히 자본주의 경제를 둘러싼 비판은 경제(학)의 비인간성, 무관계성을 크게 문제 삼는다. 경제학을 비판적으로 이해함에 있어,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있는지 묻고, 경제학 안에서 이를 부활하려는 움직임은 경제학 내외부에서 꾸준하게 자리해 왔다. 본고는 이러한 관심에서 오늘날의 경제학이 ‘사랑’을 근간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를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이에 관한 논거는 특히 루이지노 브루니(Luigino Bruni)가 '모두를 위한 경제, EoC (Economy of Communion)'의 개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제시한 논의를 중심으로 기존의 철학, 사회학, 인류학 및 경제학의 다양한 선행 논의들을 활용한다.


경제학이 사랑을 근간으로 움직일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보다 효과적으로 답하기 위해서는, 사랑에 대한 철학적 이해도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여기에서는 아가페(Agape)와 에로스(Eros), 필리아 (Philia)의 개념을 개략하고, 철학적 갈래로 경제와는 별도로 이해되어 왔던, 이 개념과 경제적 행위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지 연결고리를 살펴본다.

근대 이후의 경제학이 마음 - 사회적 관계와 그로부터 발생하는 사랑이라는 감정 내지는 개념 - 과의 친연성을 쳐내는 과정은 경제학의 시작점을, '모든 관계성을 소거한 개인'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가정으로 잡았다는 점과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는 점에서 최근 부각되는 기존 경제학적 질서의 문제점으로서, 지나친 개인주의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폐해는 태생적으로 근대 경제학이 갖고 있던 약점이 누적되어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사회적 관계, 타인에 대한 관심과 절대적 사랑의 의미로 통용되는 아가페(Agape)의 철학을 경제활동에 접목하려는 시도는 ‘오래된 미래’를 되살리는 일이자, 기존과 다른 관점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철학의 요소로 여겨져 왔던 사랑을 경제학과 연결시켜 이해하려는 시도는 루이지노 브루니의 저술에서 드러나는 독특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직접적으로는 '모두를 위한 경제, EoC (Economy of Communion)'라는 명칭으로 현실 경제에의 적용을 오랫동안 시도해 왔던 전통과, 보다 넓게는 “인간의 얼굴을 하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경제학을 모색하는 여러 실천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현실적 확장성에 비춰 보았을 때는 경제학과 연결고리를 찾고자 하는 ‘사랑’의 개념을 서양 철학의 개념만으로 한정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도 제기될 수 있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타인을 대하는 마음과 관계에 대한 인식, 그중에서도 특히 '무상성'을 바탕으로 하는 호혜를 현실의 경제활동과 연결하기 위한 이론적 기반이자, 실천양식으로서 EoC를 비롯한 다양한 대안적 경제양식을, '사랑'의 개념을 중심으로 어떻게 해석해볼 수 있을지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경제학과 사랑이라는 중심 개념 자체가 크고, 각 개념을 논의하는 데 엄청난 철학적, 이론적 배경들이 들어가는 만큼, 본고에서 제시하고자 하는 논점은 심도 깊은 논의보다는, 기존의 이론적 지평 사이를 연결하는 길을 내려는 시도에 가까울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시도가 의미 있는 것은,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사회적 가치, ESG 등 기존에 비재무적, 비경제적으로 여겨졌던 가치 중심의 활동이 경제 영역에 적극적으로 접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하고 지속가능하게 지탱할 수 있는 철학적, 이론적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타인에 대한 관심과 조건 없는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활동을 체계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경제활동의 근간을 이루는 패러다임 자체에 대한 점검이 필수적이다. 아가페와 필리아, 에로스에 대한 이해와 경제학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작업은 인간 중심, 관계 중심의 경제활동을 설명하기 위한 철학적 기반을 채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경제학적 질서와 최소 병립하거나, 더 나아가 이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경제체계에 대한 대안을 상상하는 시작점으로서 새로운 이론적 기반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의미가 있다.



출처: 2023 (사)한국상업교육학회 하계학술발표대회 자료집 (제 11분과 상업경제: 모두를 위한 경제 EoC, 행복경제 - 이가람 박사 발제문 중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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