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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미국의 구매력(購買力, purchasing power), 그리고 그뿐만이 아닌 권력

  • EoC Korea
  • 8월 31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9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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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여지가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 사이의 합의 - 그 구체적이고도 장기적인 영향들


글쓴이: 베네데토 구이(Benedetto Gui)

 

2025년 8월 6일 EoC 국제 웹사이트에 게재

[7월 30일자 이탈리아 격주간지 치타누오바(Città Nuova)지誌에도 게재]

 

(중세 유럽 봉건제 시대에) 여러 봉토(封土)들로 나누어져 있는 어떤 외딴 지역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농경지 경작과 물품 제작, 그리고 군사력의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지위에 있는 한 봉토(封土)에 새로운 제후, 즉 새로운 봉신(封臣)이 등장합니다. 그는 자신의 봉토가 다른 봉토들에 판매하는 상품들의 개수가, 다른 봉토들이 자신의 봉토에 판매하는 상품들 수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알게 되자, 자신의 봉토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이 봉토 분계선(分界線) 밖으로부터 구매(購買)하는 상품들에 대해 매우 높은 금액의 세금을 매기겠다고 선포합니다.

 

*봉토(封土) – 중세 유럽의 봉건제(封建制, Feudalism)에서 봉건 영주가 어떤 봉사를 요구하는 대가로 주는 토지.

* 봉신(封臣) - 봉건 계약에 따라 이러한 봉토를 받는 사람. 현재 한국의 서양사 문헌들에서는 제후(諸侯, feudal lords, vassal)라는 용어가 봉신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영주는 봉신을(제후를) 보호하고 봉토를 주는 대신, 봉토에 대한 행정적, 군사적, 사법적 봉사를 요구할 수 있었다. 서유럽에서는 봉토가 초기에는 세습되지 않다가 9세기 후반 이후 세습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행위가 그의 봉토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도, 그는 그들에게 다음과 같이 장담하며 안심시키려 합니다.

“다른 봉토들이 봉토 분계선 밖에서 판매하는 모든 상품들 중에, 우리 봉토 혼자 거의 여섯 개 중에 하나꼴로 구매해 주잖아요. 또 몇몇 봉토들에게는 우리의 구매 액수가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요. 우리는 너무도 중요한 고객들이잖아요. 여러분은 다른 봉토들의 제후(諸侯)들[봉신(封臣)들]이 차례로 손에 모자를 공손히 들고 굽신거리며 오는 것을 보게 될 거예요. 우리가 그들에게 그 세금들을 깎아준다는 조건으로, 그들은 기꺼이 큰 양보들을 할 거예요.”  

 

그 후에 실제로 그렇게 상황이 전개되었습니다. 단지 다른 여러 봉토들 중에, 역시 매우 강력한 힘을 지닌 한 봉토가 배짱 있게 자신도 똑같은 방식으로 세금을 매기겠다고 응수했고, 없어서는 안 될 몇 가지 필수 광물들을 더 이상 팔지 않겠다고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즉시 그 세금들이 일시 중지되는 결과를 얻어냈습니다.

 

똑같이 그렇게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제3의 봉토 역시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곳 봉토의 여성 제후(諸侯)는 27명의 지역 유지(有志)들이 거부권을 행사하자, 이에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그녀 역시 손에 모자를 공손히 들고 굽신거리기 위해 더 약소한 다른 모든 봉토들의 제후들과 함께 줄을 서게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다시 우리의 2025년으로, 트럼프 제후(諸侯)에게로 돌아오도록 합시다. 그는 –  자신의 관점에서 보면 - 마치 교사처럼 위엄 있게 크나큰 권력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여기서 크나큰 권력이란 그의 아메리카(America)의 구매력일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것들을 의미하는데, 그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확신감에 넘치는 거침 없는 방식으로, 그 세금들이나 ‘관세들’이라는 무기를 위협적으로 휘두르면서 그렇게 해낸 것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는 위에서 우리가 언급했던 양보들을 하게 되기에 이릅니다.  

 

이는 많은 경우에 경제적 양보들에 관한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ropean Union)이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가스와 기타 에너지 관련 제품들을 구매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 또는 자신의 나라에 투자하거나 유럽연합(EU) 밖에 있는 가난한 나라들에 투자하는 대신, 미합중국(USA)에서의 새로운 생산활동들을 발전시키기 위해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러한 유형의 조항들이 일본과 유럽연합에 부과되었습니다.) 등이 그러합니다.  

 

그러나 그 과도한 권력은 다른 분야들로 쉽게 넘쳐흘러 듭니다. 무엇보다 특히 그 권력을 행사하는 이가 국가 간 관계들에 관한 규범들 밖에, 혹은 그 규범들 위에 있다면, 그렇게 됩니다. 이러한 규범들은 국제사회 공동체가 힘겹게 노력하면서 마련하고자 해온 것들이자, 한층 더 힘겹게 애쓰며 따르고자 해온 것들인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유럽연합(EU)에 디지털 서비스에 관한 규제를 완화시켜 달라는 요구가 들어왔습니다. 이러한 규제는 대부분 미국에 속한 거대 (디지털 서비스) 운영 업체들로부터 (유럽연합의)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서비스업 분야에서는 일반 제품 판매업과 달리 미합중국(USA)이 거대한 수출업자들입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것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것을 잊어버리곤 합니다.)

또 다른 요구 사항은 이 (디지털 서비스) 운영 업체들이 인터넷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에 대해 유럽이 과세(課稅)하는 것을 포기하라는 것입니다. 특수 목적의 즉각적인 세금이 없다면, 이런 (디지털 서비스) 운영 업체들은 자신들이 수익을 창출한 나라에서 부과하는 세금을 피하게 될 것입니다.

 

한편, 브라질에게는 보우소나루(Bolsonaro) 전(前) 대통령을 석방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자신의 후임자의 취임을 막으려고 폭력적인 시도를 한 혐의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이는 2021년 1월 6일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미 의회를 공격한 사건의 거의 복사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매우 민감한 또 다른 양보는, 미국산 무기들과 군사 장비들을 구입하겠다는 약속입니다. ‘무기’라는 주제는 왜 유럽연합(EU)이 ‘굴욕적’이라고 정의해도 부족한, 미국과의 합의를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해석하는 한 열쇠를 우리에게 줍니다. 미국과의 합의는 그 내용 면에서 보나, 그 서명 방식 면에서 보나, 굴욕적이라고 해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내용 면에서 단순화하면, 다른 양보들 외에도, 유럽연합에 들어오는 미국산 제품들에 대한 관세가 제로(zero)인데 비해, 미국에 들어가는 유럽산 제품들에 대해서는 15%의 관세들을 부과하는 것이 그렇습니다.) 또한 서명 방식 면에서 이번 관세 서명은 스코틀랜드의 한 트럼프 골프 리조트에서 그 새 골프장 개장에 맞추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유럽연합(EU)은 이 시점에 미국과의 어려운 담판에 매진할 수 있을까요? 유럽연합이 미국의 군사적 보호를 필요로 하는 이때에,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결정적인 지원을 줄이지 말아 달라고 EU 스스로가 호소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 말입니다.

 

그래서 유럽연합(EU)은 일자리 상실(자동차 부문에서만 7만 개의 일자리 감소가 있으리라 추산됩니다.)과 (판매량이 매우 적어진 것으로 인해, 또 관세들의 일부를 흡수하는 데 필요한 가격 인하들로 인해 수반되는) 수익 상실, 그리고 (투자가 미국에서 이루어지도록 약속함에 따라) 기술 향상 면에서의 상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유럽연합(EU)은 국제적인 맥락에서 보면 특권을 지닌 주체입니다. 미국에 수출되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의 제품들에 부과된 19%의 관세들은 더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들 나라들에서 판매되는 미국산 제품들에 대해서는 제로(zero) 관세들이 매겨지는 데도 말입니다. 이는 최근 며칠간 체결된 협정들에 따른 것인데, 이와 유사한 협정들이, 성장세가 주목받고 있는 다른 개발 도상국들의 경우에도 잇따라 체결될 것임을 예측하게 됩니다. 이것은 우리가 최근 몇 달간 눈앞에서 목격하고 있는 “가난한 이들을 상대로 부자들이 벌이고 있는 탈환 작전”의 거듭되는 에피소드일 뿐입니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카먼즈(Wikimedia Commons) - 도널드 트럼프 공식 인물 사진.

 

* 참고로 이 기사의 이태리어판 웹사이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태그: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관세(Da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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