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혁명은 시간에서 시작된다
- EoC Korea
- 5월 2일
- 3분 분량

제니퍼 네델스키, 5월 피렌체 리오넬로 본판티 산업단지에서 열리는 학술 워크숍 참여
루카 이아코보네(Luca Iacovone) 글
2025년 4월 9일, 아베니레(Avvenire) 게재
“오늘날의 문화는 돌봄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게 합니다. 그래서 돌봄이 시간 낭비가 아니라는 것을 믿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캐나다의 정치철학자이자 토론토 오스굿 홀 법대 명예교수인 제니퍼 네델스키(Jennifer Nedelsky)는 노동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돌봄 중심으로 다시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사상가입니다. 그녀는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문제를 정확히 짚습니다. 바로 수익을 내지 않는 활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돌봄 시장(care market) 밖에서 이루어지는 돌봄은 종종 보이지 않고, 과소평가되며, 여성의 일로만 여겨집니다.
하지만 네델스키는 비판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녀는 톰 말리슨(Tom Malleson)과 함께 쓴 책 『모두를 위한 파트타임: 돌봄 선언(Part-Time for All: A Care Manifesto)』(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에서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습니다:
유급 노동 시간은 주당 최대 30시간으로 제한하고,
무상으로 모두에게 배분되는 보편적인 돌봄 시간을 주당 최소 12시간 보장하자는 것입니다.
“우리는 단지 돌봄 활동에 더 많은 보상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돌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무상 돌봄의 양 자체를 늘리자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문화의 근본적인 전환입니다. 오늘날의 사회는 효율성과 생산성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 때문에, 돌봄은 여전히 ‘부차적인 것’, ‘집안일’, ‘감정 노동’ 정도로만 여겨집니다. 네델스키 자신도 고백합니다. “저 역시 아직도 집안일을 학문 연구만큼 중요하게 여기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바로 그 지점에서, 새로운 ‘관계 중심의 경제’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 돌봄은 사람을 바꾼다
네델스키에게 돌봄은 단지 중요한 활동일 뿐 아니라, 돌보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 모두에게 삶이 변화되는 경험입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돌봄을 실천하면, 그것이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는지를 직접 체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관계는 돌봄 없이는 유지될 수 없습니다.” 돌봄은 시민으로서 성숙해지는 과정이며, 겸손, 공감,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과 같이 함께 사는 시민 사회에서 꼭 필요한 역량을 길러줍니다. “우리는 이 책에서, 이런 능력들이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합니다.”
🏛️ 돌봄 없는 정치, 실패한 정책
오늘날 경제와 정치 권력은 사람들의 실제 삶과 점점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 네델스키는 이것이 단지 가치의 결핍이 아니라, 경험 자체의 결여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돌봄의 필요성과 그것이 주는 만족감, 그리고 중요성에 대해 잘 모릅니다. 그래서 교통, 보건, 노동 등 거의 모든 정책 에서 형편없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제안은 단순히 사회적·경제적 변화를 넘어서 정치적인 의미도 갖습니다. “돌봄은 단순한 도덕적 책임이 아니라, 성숙한 시민 정신의 실천이며, 민주주의의 질을 결정짓는 책임의 분배입니다. 정치인이 아기를 돌보거나 병든 부모를 보살핀 경험이 없다면, 어떻게 시민의 삶에 밀접한 정책을 제대로 만들 수 있겠습니까?”
🏭 구조부터 다시 짜야 한다
네델스키의 분석은 개인 간의 관계를 넘어서 경제 구조 자체로 확장됩니다. 돌봄이 삶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노동과 경제의 구조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돌봄의 시간을 고려하는 협동조합 같은 새로운 기업 모델에 관심이 많습니다. 기업의 소유 구조를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자본 대 노동’ 구도를 넘어서, 지역사회와 자연환경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가치 사슬을 제안하는 것입니다.“노동자들이 자신의 생산 활동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받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업이 필요합니다. 또, 인간뿐 아니라 자연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하는 모델이 필요합니다.”
🌍 “소비가 아닌 돌봄이 지위가 되는 사회”
네델스키는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합니다. 단지 시간을 재분배하자는 것이 아니라, 상호성과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경제 구조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GDP나 생산성, 시장 중심의 경제를 넘어, 더 넓은 차원의 경제를 상상하자는 것입니다.
다가올 10년 안에 실현 가능한 ‘작은 유토피아’에 대해 묻자, 그녀는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합니다. “모든 상품과 서비스가 협동조합을 통해 제공되는 지역사회를 상상해보세요. 이곳에서는 주주나 직원뿐 아니라, 지역사회 대표와 환경영향을 평가하는 사람들이 함께 의사결정에 참여합니다.”
이 공동체는 지금의 중상류층처럼 많이 소비하지는 않겠지만, 더 이상 소비가 지위를 나타내는 기준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위는 무엇을 소유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돌보고, 생산에 기여했는가에서 비롯됩니다.” 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시간에 따라 상호적인 책임을 지는 돌봄 공동체의 일원이 되며, 공정한 세금 체계를 통해 보건, 교육, 교통, 장애인 지원 등의 필수적인 공공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제공됩니다.
✝️ 프란치스코의 경제와의 만남
제니퍼 네델스키는 2019년 교황 프란치스코의 초청으로 시작된 국제 운동 ‘프란치스코의 경제(The Economy of Francesco)’의 핵심 인물입니다. 이 운동은 젊은 경제학자, 기업가, 연구자, 활동가들이 함께 사회 정의, 지속 가능성, 공동선의 빛으로 새로운 경제를 모색합니다.
네델스키는 이 운동의 초기부터 참여했으며, 그 안에서 “일과 돌봄(Work and Care)” 그룹과 함께 했습니다. “Work and Care 그룹은 그동안 분리되어 있던 ‘일’과 ‘돌봄’이 사실은 깊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 주었습니다. ”이는 현대 과학기술의 변화와 위기 속에서 용기를 내어 반드시 다시 연결하고, 구체적으로 실현해야 할 중요한 유대감입니다.
📅 워크숍 – 2025년 5월 2~3일, 피렌체
이러한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제니퍼 네델스키는 2025년 5월 2일과 3일, 이탈리아 피렌체 인근 리오넬로 본판티 산업단지(Polo Lionello Bonfanti)에서 열리는 워크숍 “Giving Care – (A) Time of Economic Change, Starting from Work”에 다시 함께 합니다. 이 워크숍은 학생, 학자, 활동가, 기업가 등 일과 돌봄, 지역사회와 기업의 새로운 조화를 모색하는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으며, 대화, 훈련, 공동 창조의 자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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