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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뿌리는 사람 [Pani e Pesci 빵과 물고기]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마르 4.1-9)


브루니 교수: 이 비유는 마르코 복음에서 첫번째로 나오는 비유입니다. 예수와 초기 교회는 복음 선포에 실패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씨를 뿌린 결과는 땅의 질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복음화는 좋은 관계를 맺을 때 이루어집니다. 씨 뿌리는 사람이 좋은 씨만 뿌리더라도 토양이 나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교는 자유와 상호성을 기반으로 하므로 씨가 아무리 좋다 해도 좋은 땅이 없이는 그 씨가 잘 자라지 못합니다. 여기에 말씀 선포의 신비가 있습니다. 씨앗의 일부는, 즉 말씀을 들은 사람들의 일부는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스도교와 실패는 항상 공존합니다. 모든 사람을 복음화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하늘나라의 선포는 과하고 풍성하며 관대하고 아끼지 않으며 오히려 낭비하듯이 열매가 나지 않는 곳까지 말씀을 전합니다. 좋은 땅에 도달하고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 뿌려진 씨앗의 일부는 길과 돌밭, 가시덤불 속에 떨어지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니 과한 것도 삶의 법칙입니다. 그러므로 좋은 땅에 도달하도록 더 많은 씨앗을 뿌리지 않는다면 수확이 없을 것입니다. 나쁜 땅에 떨어져 낭비된 씨앗은 좋은 땅에 떨어져 수많은 열매를 맺기 위한 전제조건입니다. 그러므로 좋은 선지자 1명이 나오기 위해서는 10명을 양성해야 합니다. 그 중에 많은 이가 거짓 선지자가 되겠지만 만약 진짜라고 여겨지는 1명에만 집중한다면 그는 거짓 선지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많은 경우 우리가 길가와 돌밭이라고 생각했는데 좋은 땅이었고, 그 반대의 경우도 흔합니다. 말씀을 선포하는 사람은 돌밭에서 좋은 열매가 맺는 것보다 더 큰 경이로움은 없다는 것을 압니다.



Guido Stratta(구이도 스트라타: 이탈리아의 다국적 에너지 기업인 에넬의 People and Organization 회장): 이 비유를 다른 면에서 말씀드리면 누구나 한 가지의 재능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재능은 다양한 꽃과 같아서 양귀비를 산에 심으면 얼어붙을 것이고 에델바이스를 해변에 심으면 말라버릴 것이 당연한 것처럼 각자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 간의 능력의 차이가 아닌 각자가 어떤 꽃을 줄 수 있는 지와 그 다양한 고유성을 조합해야 합니다.


기업에서는 실적과 동기, 웰빙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실적이라는 요소는 대단히 중요하지만 이 불확실한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실적은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기 부여와 웰빙이 필요한데 이제는 외부의 동기 부여자가 아닌 자기 자신 안에서 타오르는 열정적이고 내적인 동기 부여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의사나 심리상담사가 말하는 웰빙이 아니라 회사에서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웰빙이라고 생각합니다. 알맞은 교육을 받지 못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줄 모른다면 행복할 수 없습니다. 이런 동기부여와 웰빙으로 모두 함께 실적을 낼 수 있도록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경영하고 관리하는 것 뿐 아니라 동기를 부여하고 자신이 회사에 완전히 속해 있다고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제가 회사에서 ‘마음을 따뜻하게 덥히는 사람’이라고 농담하곤 합니다.


사회자: 국민연금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6월까지 백만명이 넘는 직원들이 퇴사했습니다. 2021년에 비해 거의 32%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스트라타 회장: 요즘 사람들은 균형 잡힌 삶을 추구합니다. 단 한 번 뿐인 삶을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입니다. 전에는 내가 무엇을 하는지, 직업이 무엇인가가 ‘나’를 정의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나는 관리직이지만 아빠이며 요트를 즐기는 스포츠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열린 생각을 갖게 되면서 균형을 잡게 되고 용기를 내서 사람의 삶을 중시하지 않는 전통적인 일하는 방식에서 벗어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주장] 직원: 당신은 정말로 모든 것이 코로나 이전 그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까? 정말 우리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무실로 돌아가리라고 생각했습니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아무 준비도 없이 우리를 재택근무로 몰아넣고는 이제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주 5일 일 7시간 일하라는 말입니까? 이제 다시 그전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근무 시간과 삶의 시간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우리는 조립 라인에서 일하는 것도 아닌데 이제는 더 이상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도시를 횡단하며 두 시간을 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집에 있는 컴퓨터와 같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같은 일을 하는 사무실로 출퇴근하고 싶지 않습니다. 근무가 끝난 후 요리할 시간도 에너지도 없어서 저녁 7시에 바쁘게 마트에 들러서 정크푸드를 사다 먹는 것도 싫습니다. 집에서 일하다가 10분 정도 시간을 내서 학교에 아이들을 데리러 갈 수 있고 옆방에서 숙제를 하는 아이들과 함께 일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데 회사에 출근하면 아이돌보미에게 지불해야 하는 돈도 만만치 않습니다. 직장 동료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하시는데 회사로 출근할 때도 소통이 잘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상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온라인 회의로 충분합니다. 효율에 대해서는 제가 이 기간에 집에서 일하는 동안 효율적이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다면 보여주십시오. 재택근무는 시작일 뿐입니다. 저와 많은 직장인들은 급여를 줄이더라도 주 4일 근무를 하며 진짜 삶을 살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조금씩 덜 일하고 모두가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스트라타 회장: 창의력이 동반된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코로나 이후 대면, 비대면 복귀를 결정하는 데 모든 직원들에게 실시한 설문조사가 결정적이었습니다. 현재 ENEL(에넬)에서는 직원의 60%가 재택근무를 하고 40%만이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첫 출근으로 직원들이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이거나 새로운 단계를 창출하는 혁신적인 프로젝트나 위기 상황에서 대응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면 상사가 불러서 출근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새로운 업무 방식을 도입한 관리자가 지니는 완전한 신뢰와 지도의 모델입니다.


[다양한 주장] 기업 대표: 이제 코로나는 끝났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옵시다. 한달에 이틀 정도의 재택근무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일은 함께 하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의 일은 함께 하는 것이 기본이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적절한 시공간이 필요합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며, 고객들이 우리에게 돈을 지불하고 요청하는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영상통화로 충분하다고요? 같이 앉아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면서 한 팀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팀이 없다면 새로 일하기 시작하는 청년들에게는 어떻게 일을 가르치겠습니까?

각 프로젝트 담당 팀장들은 코로나 기간 동안 모두가 재택근무를 할 수밖에 없던 시기에 회의 일정 하나를 잡는 것조차도 매우 어려웠다고 토로했습니다. 유연근무제여서 누구는 오전에 동사무소에 가야 하고 다른 직원은 오후에 아이를 데리고 소아과에 가야 한다는 등의 사유로 회의를 잡기가 저의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근무 시간에 사무실에 출근해 있다면 회의 시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근무 시간은 또 어떻습니까? 재택근무를 하면 실제로 근무한 시간은 아무도 모릅니다. 누군가는 주간에 일하지 않고 밤 10시에 일을 시작해서 2시간 정도 일하다가 동료와 의견을 나누어야 할 일이 생기게 되면 밤 12시에는 불가능하죠.

일터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규칙들도 있는데 집에서는 그런 걸 누가 지킵니까? 집에서는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않기도 합니다. 사무실을 닫고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난방과 전기요금은 직원들 몫입니다. 재택근무는 대기업들의 속임수라는 걸 모릅니까? 우리는 모두 한 가족입니다. 다시 함께 모여 일합시다.


스트라타 회장: 저는 모든 상황에서 장점을 취합니다. 냉소적으로 보면 어디서든 부정적인 면을 발견할 것입니다. 저는 우리가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책임의식을 지니고 진정성으로 업무에 임하는 ‘친절함’을 지닌다면 재택근무나 대면근무가 지닌 부정적인 면에 대한 걱정은 사라진다고 봅니다. 저는 어느 한 쪽의 편은 아닙니다.


사회자: 직원들이 혼자 집에서 일하면서 고립되면 각자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 대기업에는 도움이 된다고도 합니다.


브루니 교수: 외롭고 고립된 직원들이 일하는 회사는 이득을 볼 것이 없습니다. 의욕이 넘치고 자기 삶에 만족하며 능력 있는 직원들이 있어야 회사가 살기 때문입니다. 기업 업무의 95%~98%가 회사와 직원 모두의 이익과 연결된다는 것을 잊으면 안됩니다. 회사와 직원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부분은 매우 적습니다.    

사회자: 사람들은 근무일수를 줄이길 원하고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이탈리아인의 56%는 일 근무시간을 10시간으로 늘리더라도 주 4일 근무로 전환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35%는 수입이 줄더라도 워라밸을 추구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기업들도 주 4일 근무를 고려하는 추세입니까?


스트라타: 근무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맞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근무시간이 아니라 효율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효율성에 따라 어떤 성과가 나오는지가 관건일 것입니다.


브루니 교수: 전세계적으로 최근 70~80년 사이에 기적과도 같은 엄청난 경제적 발전이 이루어졌습니다. 사람들을 각자가 살고 있던 환경에서 떼어내서 네모 상자에 넣어서 감시하며 지시에 따라 일하게 하는 인공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진 자본주의로 둘러싸인 부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자유가 주어진다면 그동안과 같은 생산성이 저절로 보장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불가능하지 않지만 당연한 것도 아닙니다. 즉 저는 대가가 없는 변화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자유로워지는 것은 환영하지만 이것이 생산성과 GDP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결과를 보면서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모험이 될 것이지만 저는 낙관적입니다.

캐나다의 법학자인 Jennifer Nedelski(제니퍼 네델스키) 교수는 모두가 시간제로 일하고 모두가 돌보는 시간을 갖기를 제안합니다. 근무시간을 줄이고 지역사회 전체의 돌봄을 늘리자고 합니다.


Awin(에이윈) Italia 사례
대표: 에이윈은 밀라노에 위치한 디지털 마케팅 회사로 1,300명의 직원이 전세계의 15개 지사에 퍼져 있습니다. 저희는 2021년 1월부터 주 4일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직원들은 필요에 따라 하루를 쉬거나 이틀에 나눠서 쉬기도 하며, 주 5일 근무 때와 같은 급여를 받습니다.
직원1: 주 4일 근무를 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농구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14세 이하 선수단을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할 수 있으니 더 동기부여가 되고 근무시간에 최대한 열심히 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유 시간을 만끽하는 거죠.
직원2: 저는 집에서 공부하거나 가까운 나빌리오 운하를 따라 달리기도 합니다. 주 4일 근무라고 일의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집중력이 높아져서 고객들도 만족합니다.
직원3: 저는 할머니 댁에 갑니다. 저를 위해 할애하는 날이 생겼습니다.

사회자: 회장님께서 쓰신 再進化(재진화)라는 책에서 재진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친절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그건 무슨 뜻입니까?


스트라타: 진정한 관계를 말합니다. 친절함과 진정한 마음이 없이는 인간관계를 말할 수 없습니다. 인간 존재는 매우 복합적이고 생각(아이디어)에는 높고 낮음이 없으며 진화하는 것이므로 이 마법적인 친절한 관계는 경청과 존중을 기반으로 할 때 최고의 효과를 냅니다. 서로 생각을 교환하는 것입니다. 관리자는 방향을 제시하며 조언할 수 있지만 아이디어에는 높고 낮음이 없으므로 직원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건설적이며 진정한 관계의 가능성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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