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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에 분노하던 소녀, 정직한 기업의 ‘시스템 조력자’가 되다

이지혜 기자

2026년 2월 4일

[모두를 위한 경제를 부탁해] (6) 김정윤 세무회계와 EoC 3040 모임

‘하느님이 사랑이라면 왜 세상에는 굶주리는 아이들이 있고, 부익부 빈익빈은 갈수록 심해질까?’


세상의 불공평함에 분노하던 사춘기 소녀가 있었다. 수학에 재능이 있어 과학자를 꿈꿨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뜨거운 갈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고교 시절 마주한 전쟁과 기아의 참상은 그에게 “하느님이 사랑이라면 왜 세상에는 굶주리는 아이들이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했다. 무한 경쟁 속 승리에 회의를 느끼며 “세상이 썩었다”던 소녀는 절망의 끝에서 새로운 답을 찾았다. 스스로 세상을 바꾸는 도구가 되겠다는 숭고한 포부였다. 2024년 7월 서울 서초동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김정윤세무회계’를 개업한 김정윤(로사, 38) 세무사 이야기다.


수학과 출신인 그가 세무의 세계로 뛰어든 결정적 계기는 2015년 필리핀 타가이타이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경제(EoC)’ 25주년 행사였다. 그곳에서 한 기업인이 세무조사 과정에서 겪은 고충을 들으며 자신의 소명을 발견했다.


“정직하게 경영하려 해도 복잡한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해 고통받는 기업인, 소상공인들을 보며 이들을 지켜주고 싶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새로운 기업을 창업할 아이디어는 없었지만 선한 뜻을 가진 기업들이 올바로 성장하도록 시스템적인 조력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이후 2018년 로마에서 열린 ‘예언적 경제(Prophetic Economy)’ 포럼은 그의 결심을 굳건히 했다. 세무사 2차 시험 결과를 기다리며 참석했던 그곳에서 그는 기업 경영의 리스크를 관리해줄 전문 인력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귀국 날 낙방 소식을 들었지만 그는 “이 길을 계속 가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는 확신으로 다시 일어섰고, 이듬해 세무사 시험에 합격했다.


‘EoC 3040’ 모임은 ‘모두를 위한 경제’(EoC)의 정신을 삶과 일터의 현장�에서 실천하려는 직장인, 기업인, 연구인 등 젊은 세대들의 모임이다. 서은덕씨 제공
‘EoC 3040’ 모임은 ‘모두를 위한 경제’(EoC)의 정신을 삶과 일터의 현장에서 실천하려는 직장인, 기업인, 연구인 등 젊은 세대들의 모임이다. 서은덕씨 제공

합격만 하면 탄탄대로, 장밋빛일 줄 알았지만 현실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수학과 출신으로 정답이 명확하지 않은 세무의 세계가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특히 사업비용과 사적 비용의 경계가 모호할 때가 많으니까요.”


노골적으로 탈세를 요구하거나 부당한 비용 처리를 부탁하는 납세자들을 만날 때는 당황스러웠다. “신앙이 없었다면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도 있겠죠. 어쩌면 탈세를 적극적으로 도왔을 수도 있겠지요.(웃음) 하지만 당장 매출이 조금 적더라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직하게 세액공제 방안을 찾아주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고객 대부분은 사업을 막 시작한 소상공인이다. 그는 단순한 세금 신고를 넘어 4대 보험·근로기준법·각종 지원금 안내까지 세심히 챙긴다. “세무사는 소상공인이 가장 먼저 만나는 전문가입니다. 큰 기업은 법률 자문이 수월하지만, 소상공인들은 홀로 해결해야 할 일이 많거든요. 이분들이 사업의 물꼬를 잘 터서 안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돕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상속세 분쟁이나 세무조사로 위기에 처했던 소상공인들이 그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 뒤 “내 일처럼 신경써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넬 때 그는 보람을 느낀다.


개업 5년 차지만 여전히 1인 기업이다. 그는 “당당한 EoC 기업”이라 부르기엔 부족하다고 말한다. 다만 EoC 기업을 양성하는 TF팀, EoC 3040 독서모임, 서울시 마을세무사 봉사활동 등을 통해 조금씩 구체화하고 있다. 하느님 사업을 위해 매출의 5%를 따로 떼어 둔다.


그의 꿈은 자신의 사무실을 ‘작은 EoC 공동체’로 만드는 것이다. 경력단절 여성들이 육아를 병행하며 단시간 근로를 할 수 있는 일자리, 청년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고민하고 있다.


“세무사 업계가 흔히 직원을 쥐어짜야 대표가 많이 가져가는 구조라고들 해요. 하지만 저는 조금 덜 가져가더라도 직원들과 행복하게 커가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가 믿는 ‘모두를 위한 경제’의 시작이니까요.”


출처 : cpbc news (https://news.cpbc.co.kr/article/117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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