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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C 기업 ‘지식백과’ 소식 11호

EoC기업의 의도적 취약성(Intentional vulnerability)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병기 교수


EoC기업은 무상성(gratuitousness)과 전이적 호혜성(transitive reciprocity)에 기초한 교환을 그 활동의 중심에 둔다. 이를 통해 대가성에 기초한 거래에 초점을 둔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영리기업을 대체하려는 목적을 가진다. 이 점에서 EoC기업은 미래지향적인 대안적 경제주체라고 불릴 만하다.


여기서 무상성이란, <지식백과> 소식 2호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보답을 생각하지 않는 나눔 또는 내어줌을 말한다. 한편 전이적 호혜성이란, 단순히 거래의 당사자들에게만 국한된 상호적 혜택의 교환관계를 넘어서, 제3자에게 계속하여 이행됨으로써 마침내 사회구성원 모두가 혜택의 교환관계 내 당사자가 되는 순환적 호혜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무상성과 전이적 호혜성 때문에 EoC기업의 각종 활동은 거래라기보다는 교환에 가깝다.


왜냐하면, 교환이라고 할 때는, 공동체 일원들 간에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형태의 주고받는 행위를 포괄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볼 때, 계약관계를 전제로 비교적 동등한 가치를 가진 유형ㆍ무형의 대상물을 당사자 서로가 반대급부로서 주고받는 행위인 거래보다 훨씬 광범위한 행위를 내포한다. 따라서 교환에는 선물이나 관계재(relational goods)와 같이 가치가 다른 유형ㆍ무형의 대상물을 주고받는 행위나, 심지어는 주고받는 것 자체의 의무감도 명확하지 않은 사회구성원들 간의 행위까지도 포함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본질적ㆍ태생적 한계 때문에, EoC기업은 그만큼 현실 세계에서 일반 영리기업보다 재무적으로나 조직관리차원에서 취약성(vulnerability)을 지닐 수밖에 없다.


그러나 EoC기업의 취약성은 단순한 소극적 의미의 경영적ㆍ재무적 허약함(weakness)이 아니다. EoC기업과 그 경영진은 자신(들)의 신뢰가 의도적으로 배신당할 가능성이 예상되더라도 이에 굴하지 않고 기꺼이 자신(들)의 신뢰를 타인, 즉, 내부의 근로자나 외부의 거래처 등에게 내어주는 성향이 있고 또 이를 지속하는 사람들이다. 바로 이렇게 배신당할 위험에 항상 노출되는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타인을 신뢰하는 용기가 EoC기업과 기타의 일반기업을 구별 짓게 하는 핵심적 특징이다. 결국, EoC기업의 취약성이란 배신당할 수 있는 위험을 기꺼이 무릅쓰는 결단이라는 점에서, 적극적이고 의도적인 위험감수성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Bruni & Tufano(2017)의 실험 연구에 의하면, EoC기업과 그 경영진의 의도적 취약성에는 변화유도능력(transformative capacity)이 있음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변화유도능력이란, 과거의 행태를 버리고 신뢰에 부응하여 교호적으로 보답하는 태도를 견지하도록 상대방을 바꾸는 힘을 말한다.



즉, EoC기업과 그 경영진이 배신의 위험을 불사하고 내부 근로자나 외부 거래기업을 신뢰하면, 그들이 평소 믿을 만한 가치가 없다고 검증된 사람이라 하더라도 스스로의 행동패턴을 변화시켜 믿을 수 있는 행동, 즉, 신뢰에 부응하여 교호적으로 보답하는 행동을 이끌게 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믿을 수 없다는 확신이 강한 사람들일수록, 따라서 의도적 취약성의 크기가 클수록, 변화유도능력은 더욱 커진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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